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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공공디자인과 사인

2012-01-12


2012년 들어 필자가 제일 많이 듣는 인사말은 ‘올해는 뭐할꺼야?’, ‘어느 자리로 옮기느냐?’ 등이다. 시장이 바뀌면서 디자인 업무가 축소되고 구청에서는 아예 팀이 해체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 하는 말들이다.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행정에 등장한지 5년쯤 지났으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공공디자인에 대해 고민해 볼 때다.

글 |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 nari@gwanjin.go.kr)

상업 디자인의 반대 개념으로 공공 디자인이라는 용어 사용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명확하게 그 개념이 정립된 것은 아니며 공공디자인이라는 단어는 공공의(public)와 디자인(design)의 합성어로 유럽 등지에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없으며 구체적인 목적과 지향점이 결부된 도시디자인(Urban Design), 환경디자인(Environmental Design), 도시경관디자인(Landscape Design)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공공의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사용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이란 근대화 과정 속에서 경제발전과 수출증대에 기여하는, 즉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상업성과 연결된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으로만 인식되었다. 때문에 2006년에 등장한 공공디자인은 상업적인 디자인에 대한 반대의 개념으로 공공기간에 발주하는 산업디자인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학문적 뒷받침 없어 협소하고 왜곡된 이미지로 공공디자인 용어 사용

공공디자인의 논의는 2006년 말 한국 공공디자인학회의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이때 ‘공공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사용되었다. 당시에 공공디자인 논의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본래 공공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나 공적인 부분에서는 수준 이하라는 문제인식으로부터 출발하였고 사인디자인분야에서는 이보다 앞선 2000년도 ‘간판을 보다’라는 전시회를 기점으로 디자인계에서 그간 방치했던 사인디자인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공공디자인의 개념은 사회문화적 접근의 필요와 공공성이라는 특정 가치를 중시하기 위해 규정된 개념이었으나 공공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과 정책에 투입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단지 신선하고 매력적인 용어로만 인식되다 보니 빠르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로써 공공디자인은 당초 의미와 달리 협소하고 왜곡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디자인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행정에 등장하는 것은 근래의 일은 아니다. 1977년 제정된 ‘디자인•포장 진흥법’에 이미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으며 이 법에서 디자인의 정의를 '디자인이라 함은 인간의 문화적 생활을 영위함에 필요로 하는 모든 도구의 창조 및 개선행위를 뜻하며 이에는 산업 디자인, 공예 디자인, 시각 디자인, 포장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1977년 ‘산업디자인진흥법’이란 명칭으로 개정되었으나 디자인에 대한 용어의 정의 등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고, 특허청에서 관리하는 ‘디자인보호법' 정도가 디자인 관련 법이다 보니 35년이 지난 현재에도 행정에서는 ‘개선행위’라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공공디자인은 곧 공공시설물에 대한 개선행위이고 이것이 형태적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디자인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로 나타나게 되었다.

물론 공공디자인이 시설물의 개선행위라는 협소한 개념으로 사용되더라도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되면 좋으련만 시설물 개선이라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디자인을 꾸밈과 치장으로 오해하여 시설물에 불필요한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생산비용만 높이고 도시는 산만해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공무원과 디자이너들과의 이해 부족으로 오해 낳기도

여기에 더해 디자이너들과 공무원의 관계는 어떠한가?
많은 디자이너들이 공공디자인사업에 참여 하였지만 함께 사업을 추진한 공무원과 디자이너들의 사이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맞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두 번 다시 공공디자인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고 공무원들은 디자이너들과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한다. 관계 법령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디자이너들의 요구가 황당하고 건방지게 느껴질 것이고 디자이너의 입장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무원과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무식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디자이너가 건방진 것도 공무원이 무식한 것도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시스템 개선을 통한 지속적 발전 이뤄져야

현재의 공공디자인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이다. 디자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법령도 없으며 디자인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디자이너가 참여하는 공공디자인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에 대한 한계가 표출되고 단지 참신하고 매력적이다는 이유만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정의나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지금껏 공공디자인 행정이 이루어지다보니 정책결정권자가 바뀌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공공디자인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간판디자인 분야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디자이너의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디자인 수준이 향상되었고 이미 수준 높은 디자인을 경험한 시민들의 눈높이는 낮아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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