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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월드컵, 도시는 온통 푸른 물결.

문주영 도쿄통신원 | 2006-06-12



한국의 4강 진출을 눈앞에 두고 흥분했던 기억이 아직도 역력한데, 벌써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적어도 그때만은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될 수 있었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그래서 도쿄에서 맞이하는 이번 월드컵이 더욱 감회가 새로운 지도 모르겠다. 사실 축구보다는 야구팬들이 더 많은 일본이고, 그래서 한국만큼은 그 열기가 덜하지만 분명 월드컵은 월드컵인가보다. 거리의 쇼윈도나 대형마트의 디스플레이에서 예외 없이 축구공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이미 월드컵과 관련된 여러 나라의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그 분위기에 힘입어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일본의 소식을 전해본다. 특히 일본축구대표팀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린의 ‘사무라이블루 파크’ 도 자세히 둘러보도록 하자.

취재 | 문주영 도쿄통신원 (mm00nn@naver.com)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은 축구보다 야구팬들이 더 많은 나라이고, 중•장년 층에서는 아직도 스모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서히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트의 음료코너에 ‘KIRIN NUDA’라는 음료가 눈에 띈다. 월드컵의 스폰서는 아니지만, 일본축구대표팀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린의 상품이다. 하라주쿠의 로드샵에서는 축구복을 입은 미키마우스를 만날 수 있고, 긴자의 어느 인형샵에서는 축구복의 테디베어를 만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 또한 이때를 놓질 수 없었을 테고, 이탈리아 브랜드인 돌체엔 가바나나, 축구대표팀의 양복을 담당한 던힐에서도 월드컵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다른 곳도 좀 더 살펴보자. 레코드샵에서도 여지없이 월드컵과 관련된 음반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무라이블루와 관련된 응원가를 비롯하여 다양한 음반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전철만 타면 음악을 듣는 일본인들에게는 빠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애견샵도 예외는 아니다. 축구공 모양의 하우스와 모자, 강아지용 축구복도 선보였다. 사람과 강아지가 함께 커플로 축구복을 입고 등장하는 열성적인 팬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일상적인 거리의 모습들을 살펴보았으니, 스폰서를 맡고 있는 기업들 중 눈에 띄는 몇 곳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축구대표팀의 스폰서를 맡고 있는 훼미리마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한국에 비해 대형할인마트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는 가장 쉽게 만날 수 있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편의점이기 때문에 훼미리마트의 영향력은 적지 않다.

편의점 내부는 일본축구대표팀의 응원케치프레이즈인 ‘사무라이블루 2006’ 이라는 글씨가 적힌 푸른 기로 가득 차 있어서 그다지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지금이 월드컵시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한번쯤 관심을 가지게 한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소리를 높여 응원을 하고, 술과 흥으로 밤을 지새는 모습을 일본에서는 상상 할 수도 없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고 흥을 돋우어 응원을 즐긴다면 이들은 조용하게 글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포스터나 문구를 쉽게 만날 수가 있는데, 때로는 승리의 염원을 담은 메시지들을 모아 대형 포스터를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한국응원팀과 일본응원팀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서부터 나오는지 모르겠다. 다소 시끄럽고 요란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흥겨운 분위기에 익숙해 있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일본의 분위기에 대해서 조금은 심심한 것도 사실이나, 그 또한 이곳 사람들의 정서이니 존중하기로 하자.



이미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해외에서도 많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아디다스는 단연 일본에서도 돋보이고 있다. 매장마다 월드컵과 관련된 티셔츠며 가방, 모자 등을 선보이고 있고, 실시간으로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도록 보드도 만들어서 매장입구에 설치해 두었다.

축구공이나 선수복 외에도 비교적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타올 이나, 손목밴드 등의 액세서리에서부터 비옷이나 여성들을 위한 타이트한 셔츠 등을 선보여서 축구팬들의 구매를 촉진시키고 있으며, 한국에서 고교생들에게 실내화로 유명한 아디다스 삼선 슬리퍼 역시 푸른색을 앞으로 내놓아 응원캐치프레이즈에 걸 맞는 디스플레이를 연출하고 있다.



그 중에는 특히 재미있는 물건들도 많은데, 일본이 독일에게 한 점차로 이기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은 응원모자를 비롯하여 깃발을 머리에 꽂고 응원할 수 있는 앙증맞은 모자 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 중에서 축구장의 잔디밭에 아디다스의 삼선을 그은 아디다스 축구장 모자는 보는 순간 웃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광고였다. 어쩌면 한국에서도 이 광고를 본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못 본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빈민가의 어린이들이 나와 축구공을 차며 자신들의 꿈을 그리는 것인데, 세계 유명 축구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면 한 명씩 실제 사람이 되어 나타나고 그들의 업적도 함께 나타난다. 그 중에는 이미 과거의 사람이 되었던 선수들도 있으나, 어린이들의 마음과 꿈속에는 여전히 현실 속의 인물로 남아있다는 메시지와 그러한 축구에 대한 어린이들의 간절한 꿈을 그려내는 광고이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차두리 선수가 나오기도 하는 이 광고는 TV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매장의 벽면에 대형싸이즈로 걸리기도 하고, 하라주쿠 역을 따라 길게 대형으로 늘어서 있기도 하였는데, 전철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면 마치 TV에서의 그것처럼 동영상으로 보여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무척 재미있다.



지금까지 월드컵과 관련된 모습들을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5월 28일에 개장한 기린의 ‘사무라이 블루파크’ 를 둘러볼 차례다.


기린은 월드컵 공식스폰서가 아니고 일본축구대표팀의 스폰서이다. 그래서 시즌에 맞는 축구 이벤트를 하다 보니 그것이 월드컵이 된 것이고 그래서 사이트에는 ‘사무라이블루2006’에 대한 정보들과 이벤트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서서히 월드컵에 가까워지면서부터 본격적인 응원체제에 돌입할 준비의 일환으로 ‘월드컵 응원 테마파크’를 만든 것이 요코하마의 아카랭가 광장에  설치된 ‘SAMURAI BLUE PARK’이다. 물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 가 볼 수 있고, 입장은 무료이다.


http://www.kirin.co.jp/active/sports/soccer/top.html

1년 내낸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요코하마, 그리고 아카랭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SAMURAI BLUE PARK’라고 적힌 입구를 통과하면 넓은 광장 안에 이름에 맞는 푸른색의 기린 서포터스 스테이션이 눈에 띄고, 그 옆으로 축구관련 게임들을 하고 있는 또 다른 행사장이 보인다.



대형 축구공이 자리잡은 아디다스 터널을 통과하면 아디다스의 삼선으로 된 볼링공을 축구공으로 맞추는 등, 다소 변형된 게임들로 어린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월드컵에 대한 별다른 이해가 없어도 그저 야외에서 벌이는 재미있는 게임에 흥이 난 어린이들은 그렇게 월드컵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푸른색의 천막으로 이루어진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아카랭가 앞에 자리잡은 스테이션은 붉은 벽돌로 인해 더욱 푸르게 보였다. 굽이치는 곡선의 역동적인 느낌 때문인지 푸른색의 천막집은 차갑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정면에 라디오방송을 위한 스테이지가 보였다. 하지만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고 일본축구박물관이 자리잡은 옆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물관 내부는 그리 큰 면적은 아니지만 일본축구역사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들을 보기 좋게 정리해 놓아서 과거 일본축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반대편에는 사진자료들이 걸려있었다. 그곳에는 승리의 순간을 포착해 놓은 사진이나 태극기가 눈에 띄는 사진도 있어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또한 박물관 중앙에는 과거 월드컵에서 사용되었던 축구공이, 오른쪽으로는 모형이지만 우승트로피가 전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지금까지 일본의 축구복들을 전시해 놓았던 것이다. 어쩐지 붉은 색일 것만 같은 일본의 유니폼은 처음부터 푸른색이었다. 단순하지만 편하고 깨끗해 보이는 디자인에서 출발하여 시대가 흐를수록 문양이나 글씨가 복잡해져서 오늘날의 축구복 모양으로 변천되어 왔다. 특히 1980년대 말쯤, 갑자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붉은 색의 축구복은 어느새 다시 푸른색으로 돌아왔지만 그 시기를 기준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을 보면 아마 운동복에 패션이라는 개념을 더한 시기가 그쯤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료였다.



축구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와 동선을 따라 가보니 여러 가지 이벤트 들이 있었다. 응모를 하면 응원깃발을 주기도 하고, 추첨을 통하여 상품을 주기도 하였다. 특히 월드컵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기도 하였다.





라디오 방송이 진행되는 스테이지를 지나 돌아보니 이번엔 대형 볼이 눈에 띈다. 훼미리마트에서 내놓은 이 대형 볼은 모두 명함크기의 응원메시지를 붙여서 만든 것이다. 그 중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사진을 붙여놓거나, 익살스러운 그림을 그려놓은 것도 다소 진지한 응원 메세지를 남겨 놓은 것도 있었다.



라디오 방송이 진행되는 스테이지를 지나자 또다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바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특히 어린이라도 있는 가정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더위도 아랑곳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인형이나 티셔츠, 양말, 열쇠고리 등 아이들이 좋아할 아이템이 많았지만, 구경하는 어른 역시 즐거운 곳이었다.



이제 스테이션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보니 서서히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바로 음료와 맥주를 판매하는 바. 비닐천막 속의 더운 날씨 탓인지 거품 가득한 맥주 한잔은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밖으로 나오니 야외에도 자동차를 이용한 미니바가 자리하고 있었다. 기린의 붉은 색이 두드러지는 자동차에 푸른색의 깃발은 구름 가득한 하늘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밖에 화장실 심볼이나 안내지도를 잡고 있는 캐릭터, 그리고 스테이션 문양이 들어있는 티셔츠 등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모습들을 이곳 ‘SAMURAI BLUE PARK’ 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붉은 악마나 한국의 대표선수들 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필자가 이번 기회를 통하여 일본축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사무라이블루파크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자국의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물론, 기업이란 곳이 이윤창출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행사든지 그것에 어울리는 테마파크나, 소공원, 혹은 자료집을 만드는 이들의 노력은 높게 살만하다.

살면서 축구박물관을 찾을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단체관람이나 가면 볼 것 같은 그러한 자료들을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에 설치해두고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하니 그것 또한 하나의 큰 정보가 되고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행사장을 나왔다.

지금까지 월드컵과 관련된 일본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았는데 한국처럼 모두가 두드러지는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도시는 들떠있었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소음이나 무질서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일본, 게다가 한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향이 강한 일본이다 보니 분명 우리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행사장이 아니면 응원용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고, 아직은 광장에 모여 밤이 늦도록 자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푸른색의 응원깃발이나 메시지가 반복되는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놀만한 거리를 제공해주고, 맥주를 마실만한 핑계를 제공해 준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가 없다.

기사가 나갈 때쯤 평가전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비록 붉은악마의 티셔츠를 입은 한국인을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이곳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치고, 그들은 일본을 외칠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만큼은 마치 붉은 색만 봐도 4년 전의 뜨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우리들처럼, 푸른색만 봐도 가슴 울렁거릴 이들일 것이다. 그렇게 스포츠를 위한 디자인이나 색채는 단순한 상품가치 이상이며 그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너도나도 그것을 기회로 디자인을 하고 마케팅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 기사를 통하여 전해본다. 비록 그것이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이벤트 일지라도 그 잠깐을 위한 디자인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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