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연뉴욕통신원 | 2007-12-25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에 위치한 쿠퍼휴잇 뮤지엄에서 오는 1월 27일까지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Provoking Magic Lighting of Ingo Maurer)’ 전이 열린다. 독일의 세계적인 조명디자이너인 잉고 마우러의 이번 개인전은 40년 동안의 그의 작업을 회고하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기획된 설치작업 등은 고풍스러운 저택을 개조해 만든 쿠퍼휴잇 디자인뮤지엄을 아름답고 신비한 빛으로 새롭게 창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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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태생의 잉고 마우러는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잠시 동안 활동을 했다. 마우러는 1966부터 뮌헨에 자리를 잡고 디자인 사업을 시작, 약 15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조명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그가 디자인한 조명 작품들이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세계 여러 뮤지엄에서 수집하기 시작했고 뉴욕의 대표 뮤지엄 중 하나인 MoMA에도 그의 대표작 ‘Wo bist Du, Edison...?’, ‘Zettel'z (1999),’ ‘Porca Miseria! (2003)’ 가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잉고 마우러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쿠퍼휴잇 디자인뮤지엄에서 기획한 동시대 디자이너의 회고전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고풍스러운 쿠퍼휴잇 뮤지엄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데 있다. 잉고 마우러의 최근작을 보면 단순히 조명디자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설치미술의 성향을 띠고 있다. 작품을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여 그 안에서 공간과 소통하게끔 하는 것이다.
센트럴파크 옆 5번가 고급 주택가들 사이에 위치하는 쿠퍼휴잇 뮤지엄은 원래 앤드류 카네기의 저택이었으며 뮤지엄 건물은 정부에서 지정하는 역사보존 건물로 지정, 디자인으로 특화되어 있는 뮤지엄이다. 마우러 전이 열리고 있는 2층 전시장에 올라가면, 이 저택의 주인이었던 카네기 부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카네기 부부의 입과 눈은 시간 간격을 두고 움직이며 마치 관람객들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마우러의 조명디자인은 일상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램프들과는 다르지만, 일상에서 접하는 소품과 공간이기 때문에 작품에 친밀감이 생긴다. 작품 ‘장미, 벽에 장미’는 감정에 따라 색과 명암이 달라진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과 감성을 자극하는 마우러의 작품은 보는 사람이 공간 속에서 주인공이 되게 한다.
또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은 그 공간에서 한참 동안 머물게 한다. ‘천 한 개의 빛’은 천장에 설치되는 넓은 판 형태의 조명인데, 전체 공간이 빛의 색에 따라 흰색, 푸른색, 붉은색으로 바뀌어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의 기분을 황홀하게 한다. 마우러의 현대 설치물은 쿠퍼휴잇 뮤지엄의 고풍스러운 기둥들과 벽난로 등과도 잘 어울린다.
2006년의 설치작업 사진과 비교해서 같은 작업이 공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비교해보았다.
그의 고전 작업들도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다. 홀로그램을 이용해 전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어디 있니, 에디슨(Wo bist du Edison,...?)’, 전구안에 전구를 넣은 ‘전구(Bulb)’ , 전구에 날개를 달은 ‘루첼리노(Lucellino)’ 등도 선보였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그의 유머감각이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작업노트와 모형작업들도 함께 전시되어 그의 작업과정을 볼 수 있었다. 뉴욕에 MoMA가 일본건축가에 의해 현대적인 모습으로 새로 태어나며 동시대 최전방에 서 있는 뮤지엄을 표방하며 나타났을 때, 전통적인 외관을 갖춘 디자인뮤지엄으로 특화된 쿠퍼휴잇 뮤지엄과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잉고 마우러의 손길로 달라진 쿠퍼휴잇 뮤지엄은 유서 깊은 저택이 디자인을 만나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