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월드리포트

봉고차 한대에 싣고 온 밀라노 가구 박람회 - Milan in a Van 展

박진아  | 2003-07-09

봉고차 한대에 싣고 온 밀라노 가구 박람회 – Milan in a Van 展

바로 지난 4월 21일,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는 <봉고차 한 대에 싣고 온 밀라노 가구 박람회(milan in a van)> 이라는 전시회의 막을 올렸다 (6월 9일까지 전시를 계속한다). 헨리 8세부터 빅토리아 여왕시대까지 400여년에 걸친 기간에 만들어진 영국의 장식 미술과 공예품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박물관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지난 5년여 동안 무려 영국화 3천1백만 파운드를 들여 박물관 건물 수리를 거쳐, 작년 11월22일부터 무료 입장료(기존 성인 입장료 5파운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 관객들이 보다 맘편히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박물관 겸 문화 공간을 자처한다는 그 같은 제스쳐에 이어, 이번에는 <봉고차 한 대에 싣고 온 밀라노 가구 박람회> 展을 전시한다. 지난주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일주일간의 열병같은 행사가 막 마감된 직후, 큐레이터(개리드 윌리엄즈 책임)는 그 결과를 총정리 해 영국의 박물관으로 가져와 자국민들에게 실물을 직접 보여주고 전세계 최신 가구 디자인의 오늘을 보고해 보는 „대민(對民) 디자인 리포트“를 전시회로 옮겨 보았다고 한다.

박람회가 탄생한지 올해로 정확히 40주년을 맞은 올 2002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4월 10일부터 15일까지 6일동안 열렸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20만여명의 무역관계자와 관람객을 동원한 이 행사에서 전시에 참여한 가구 디자인 업체와 개인 디자이너들의 수는 1천 600여에 이르며, 디자인 분야별로는 각종 가구 제품 및 액세서리, 조명, 직물, 주방, 욕실, 정원 가구 등이 포함되며 팝과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미니멀리즘에 할 것없이 다양한 현대 디자인 스타일들이 두루 발견된다.

매년 4월이면 일주일 동안 북이탈리아의 중심 도시이자 국제 디자인 중심지 밀라노에서는 유명한 국제 가구 디자인 박람회가 열린다. 쌀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로 불리는 이 가구 박람회는 1961년 이탈리아 가구를 전세계에 알려 무역 상품으로 수출하겠다는 취지에서 처음 고안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오면서 전세계 최신 가국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고 점치는 바로미터 역할을 맡아 오고 있다. 그 덕분에 전세계 유수 언론과 전문지 기자들은 경재적으로 해마다 밀라노 가국 박람회의 기획 내용이나 전시 운영 뿐만 아니라 전시된 디자인 제품과 디자이너들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던져 그해 가구 디자인 트렌드를 짚어보거나 점쳐는 것으로 그 관심도를 표현해 오고 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가구 제품 디자인에 관심있는 전문가나 관계 업자들이 상업적 거래를 도모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게 우선적 취지이겠으나, 일반인들이 출품된 작품들과 수준과 출품 디자이너들의 화려한 이름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북적거리는 오락 공간으로서도 손색없을 만큼 흥분되는 이벤트인 것이 사실이며, 디자인 유행와 문화를 좌우하는 명실공히 국제적으로 최고 권위의 행사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디자인 연례 행사들 가운데 관계자들의 수첩에 잊혀지지 않고 기록되며, 기성 유명 디자이너들과 야망에 불타는 신진 젊은 디자이너들이 공히 가슴설레며 저마다의 작품을 선보이며 스타덤을 꿈꿔보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페테카 포스트 컴퓨터 게임 액세서리(마기스)와 헝겊 의자

마치 박람회장에서 알짜만 골라 상자에 넣어 막 운반해 온 듯, 전시장에는 런던 2층버스의 빨강색을 연상시키는 짙은 홍색 페인트칠이 입혀진 나무 운반상자(crater)가 널려 있고, 그 위에는 의자, 조명, 액세서리 제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밀라노 가구 박람회 만이 아니어도 디자인계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디자인계의 악동 필립 스탁, 이탈리아 제품 디자인의 대표적인 아이콘 업체 알레시의 작품들은 물론 이번 전시회에서도 어김없이 발견된다. 필립 스탁은 스타 디자이너들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디자이너라고 어느 누군가가 그랬던가. 특히 이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명 유럽계 가구회사들을 위한 프로젝트로 디자인을 해 오던 필립 스탁이 이번에는 미국 대형 할인체인점인 타켓에 유통판매될 제품을 출품해 눈길을 끌었다. 알레시가 미니어쳐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보인 미래의 욕실 디자인은 윤기나는 하얀 달걀을 연상시키는 듯 한데 시각적 매력도는 다소 떨어져 보인다.

►알레시의 미래의 욕실 디자인 미니어쳐 모형

현대 디자인계의 총아들은 그 외에도 많다. 이스라엘계 영국 디자이너인 론 아라드의 니노 로타와 노네 로타 의자(이탈리아의 카펠리니사 제품)는 종이를 구겨 만든듯한 모양을 띠고 바로세우거나 엎어세워서도 앉을 수 있는 의자다. 요즘 뉴욕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집트계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그가 마기스사를 위해 만든 알로 의자는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설계된 알루미늄 제품인데, 작가에 따르면 컴퓨터 테크놀러지와 유기적 형태를 결합한 첨단개념을 제시한다고 한다. 요즘 많은 의자들이 그렇듯 이 의자 역시 여러 의자를 층층이 쌓아 올릴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보관시에는 공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쌓아놓고 볼 때에도 독특한 미감을 발산할 것을 의도한 것이다. 영국의 대표하는 젊은 대표주자 디자이너의 한 사람인 톰 딕슨은 3미터 높이의 대형 실내 스크린 시스템(가리개)을 프로토타입으로 전시했는데, 제품은 생산에 그보다 낮은 1.8미터 높이로 수정 디자인되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답게 강렬한 원색 계열을 위주로 해 플라스틱을 주소재로 한 제품이다. 유기적인 흐름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호주의 마크 뉴슨은 런던 코스트 레스토랑 실내장식을 위한 식사 테이블과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이번엔 사각형 형태와 직선을 위주로 한 플라스틱 디자인을 선보인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토르트 보온체의 슈바로브스키 매화꽃 샹델리에 조명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전시되는 제품들은 이탈리아 가구회사들의 소속인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기타 유럽 디자인 회사들의 우수한 제품들도 유난히 주목된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 24개국에서 온 가구 디자인 업체들은 카펠리니, B&B 이탈리아 처럼 대형화된 제품사들보다 규모가 작고 따라서 운영과 제품화 과정에 효율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최근 디자인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국가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의 슈바로브스키의 프로젝트로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 토르트 보온체가 디자인한 매화꽃 만발한 LED 샹델리에, 그리고 역시 네덜란드 출신으로 최근 국제 시장에서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는 헬라 용게리우스의 조명디자인도 눈에 띈다. 네덜란드 디자인 업체면서 특히 서스테이너블 디자인 개발 생산에 주력하는 드루그 디자인, 그외에도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성과 스타일을 겸비한 스웨덴의 스토우크래시 사와 역시 스웨덴의 데이빗 디자인, 플라이목재를 자유자재로 구부리고 펴서 만든 제품을 선보인 노르웨이의 노르웨이세스의 제품들은 이미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전문지 등을 통해서 알려진 디자인계의 유력자들 가운데 몇몇이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vam.ac.uk 에서 이 전시에 대한 인상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Photo credits © Bunny Photoworks.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