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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리뷰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줄래요?

2006-12-18


2006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당신의 곁에서 일년 동안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 준 다이어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손 때묻고 때론 눈물에 젖어 낡고 닳은 모습으로 그간 힘들었던 당신의 마음을 보듬어 주거나 드문드문 중간의 기억은 빼먹은 채 아직도 새 것 같은 모습으로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다이어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연말이다. 각양각색의 다이어리들 중에서 당신의 손을 힘있게 잡아 끌 다이어리가 있어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가늘지만 힘이 느껴지는 선으로 이루어진 작은 그림들과 따뜻한 내용의 귀여운 글씨체 그리고 어떤 이야기든 다 담아줄 것 같은 그 너른 공간들이 조화롭게 살고 있는 라라 다이어리, 옅은 커피향과 따뜻한 차 한잔이 담긴 커피 다이어리에 잠시 눈길을 두어도 좋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라라 다이어리는 마법수프로 유명한 팬지데이지에서 내놓은 야심찬 브랜드 ‘뎃츠라잇’에서 나온 첫 번째 다이어리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캘리그래퍼인 라라 ‘임소희’씨가 작업한 다이어리이다.


뎃츠라잇은 임소희씨의 매력적인 손글씨에 반한 팬지데이지가 손글씨 자체를 디자인의 주요한 엘리먼트로 주목하면서 만들어낸 브랜드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글의 디자인적 변신 트렌드를 수용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작업은 라라의 일러스트에 상당부분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캘리그라피 비중을 늘려가며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이어리의 메인 typeface로 라라의 손글씨를 사용하였으며, 보조 typeface로는 emigre font의 platelet regular를 사용하되, 섬세한 손글씨와 일러스트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small cap을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이다 보니 정작 다이어리에 할애된 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라라 다이어리는 최대한의 빈 공간을 다이어리에 남겨두면서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심플한 디자인은 자칫 잘못하면 비어 보일 수도 있는데, 라라 다이어리는 그녀의 흑백 선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일러스트와 아기자기한 손글씨가 함께하여 심플코드를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커피 다이어리는 커피를 좋아하는 또는 그 감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반가울 다이어리. 또한 커피보다는 차를 즐긴다는 라라의 따뜻한 차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다.
커피 다이어리를 펼치는 곳이 티 테이블이고 무언가를 적는 순간 티타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이어리에는 커피와 차, 그들에 관한 짧은 글들이 함께 하면서 나의 수다에 동참해 준다.


Warm gray 컬러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던 라라 다이어리와는 달리 커피 다이어리는 살짝 살짝 보이는 컬러로 커피라는 아이템이 너무 감성적으로 치우칠 수 있었을 텐데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주어 부담스럽지 않게 해준다. 라라 다이어리가 사춘기 소녀라면 커피 다이어리는 요조숙녀가 되고픈 말괄량이 같은 느낌. 어떻게 받아들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개성 강한 두 소녀와의 만남은 누구에게나 유쾌하게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기 보다는 일단 부딪혀 보고 느끼며 살기에 그녀에게 다이어리는 날아가는 아이디어를 잡아 두거나 흘러가는 추억을 찍어두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저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담을 수 있는 다이어리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그녀와 함께 라라&커피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Jungle : 해왔던 일 그리고 하고 있는 일
라라 : 전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인테리어 쪽 일을 하다가 안 맞아서 다른 일을 알아보면서 하자센터에서 만든 것을 들고 나와서 팔다가 희망시장이 생기면서 같이 하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어떻게 하다 보니 운영진으로 활동도 했었다. 마법수프의 모모수님과 같이 작업실을 쓰고 있었는데 제 작품을 보시고 조금씩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하다가 한번 같이 작업해보자고 하셨고 지금의 뎃츠라잇이 만들어졌다. 프리랜서로 잡지나 포스터 등의 일러스트 작업도 해왔다.


Jungle : 뎃츠라잇의 출발
라라 : 3월초에 카드작업을 시작으로 지금 다이어리까지 출시되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소품들로 문구에서 벗어나 아이템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하게 전개할 계획이다.


Jungle : 라라 & 커피 다이어리 스타일
라라 : 심플하고 세련된 다이어리를 만들고 싶었다. 너무 화려하거나 장식이 많은 다이어리는 찾기 쉬운데 심플하면서도 맘에 쏙 드는 다이어리가 없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만한 다이어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나의 그림 자체가 선으로만 이루어져서 단순한 느낌을 더해주어 이런 컨셉과도 잘 맞은 듯하다.
라라는 커피다이어리보다는 어린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커피다이어리는 20대 직장여성들이 주요 타깃이다.
팬지데이지에 글 쓰시는 캐런과 보니란 분이 내 그림이 맘에 든다고 같이 작업 해보자고 제의가 와서 시작한 것이 커피다이어리다. 처음엔 글에 그림을 그렸는데 작업이 잘 안돼서 그림을 그린 뒤 글을 붙이는 식으로 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고 맘에 드는 작업으로 내가 직접 쓴 글도 들어가 있다.

Jungle : 평소 다이어리에 쓰는 것들
라라 : 다이어리보다 노트를 주로 쓴다. 보통 무지 노트에 줄을 그어서 스케줄도 쓰고 그런 식이다. 요즘에는 다이어리를 만들면서 써봤는데 항상 계획을 짜서 행동을 한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 하려는 습성 때문에 기록의 수단으로 쓰는 편이다.

Jungle : 주로 그리는 것들
라라 : 소품 같은 거 많이 그리고 순간의 모습 등을 그린다. 요즘에는 한 선으로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한 선으로 그리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붓펜에 빠져서 요새 그 강약조절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그리는 게 더 나다운 그림이 나온다. 제품으로 나오는 것들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과 작업을 하는 것이고 대중을 겨냥하니까 그런 것 같다.

Jungle : 라라 & 커피 다이어리를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라라 : 심플한 다이어리를 찾는 사람들이 반겨주는 다이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반응으로 나중에도 이보다 더 나은 것들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함께 같이 꾸며나간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그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많이 꾸며서 내놓는 것보다 어려운 듯하다. 앞으로도 나의 스타일과 제작하는 사람들, 쓰는 사람들과의 교차점을 잘 맞추면서 더욱 만족스러운 작업을 완성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에게 만족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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