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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리뷰

‘서울 대표 디자인’을 찾는 이정표의 끝

나태양(tyna@jungle.co.kr) | 2015-04-16


명동, 홍대, 이태원……. 번화가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이 낯설지 않다. 알파벳과 한자가 병기된 간판들. 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신조어 ‘요우커’가 헤드라인을 도배한다. 2015년 한국은 더 이상 동방의 작은 나라가 아닌 관광계의 ‘라이징 스타’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고유의 디자인이 있는가?

에디터 ㅣ 나태양(tyna@jungle.co.kr)
 

뉴욕은 세계적인 명성의 ‘I♡NY’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캐치프레이즈 ‘I amsterdam’을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 사례로 남겼다. 디자인 오디션 프로그램 <더 메이커스>의 클라이언트, 서울시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또한, 덴마크의 코펜하겐은 ‘Open Copenhagen’으로 유연하고 개방적인 도시 아이덴티티를 정립했고,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는 흑곰 ‘구마몬’을 전국적인 인기 캐릭터로 만들었으며, 베를린의 ‘Be Berlin’ 캠페인은 역사로 그늘진 도시 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더 메이커스: 서울의 디자인이 머니>는 이처럼 도시의 핵심을 꿰뚫는 디자인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다. <더 메이커스>는 서울시의 대표 아이콘과 이를 활용한 응용디자인 발굴을 목표로 1월 중순부터 오픈 크라우드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7주간 600여 팀이 서류전형에 지원했고, 이 중 단 20팀만이 3월 본선심사에 진출했다. 본심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홍탁, 아이덴티티&브랜딩 전문가 오기환,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치호, 콘텐츠 프로듀서 이나미, 아트디렉터 우지희 등 쟁쟁한 디자인 전문가들이 멘토로 분해 5팀의 멘티를 직접 선발했다. 선택된 파이널리스트들은 한 달 과정의 인큐베이팅에 돌입, 멘토링을 거쳐 초기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상품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시켰다.

그리고 지난 4월 13일, <더 메이커스>는 최종심사를 열어 약 3달간의 대장정을 끝맺었다. 우승 디자인을 가리기 위해 5팀의 후보를 포함, 멘토들과 일반인심사단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나눔관에 모였다. 최종심사에는 전문위원단 8인의 사전심사, 멘토 5인과 일반인 50인의 현장평가가 각각 40%, 30%, 40%의 비중으로 환산 반영된다. 현장에서는 작업물과 PT 내용을 평가하되, 멘토는 멘토링 과정을 참조해 점수를 매기고 일반인은 인당 최대 5표의 자유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종합심사의 평가 기준은 총 다섯 항목. 서울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그래픽물로 시각화하였는가를 보는 ‘대표 아이콘(그래픽)’, 갖고 싶은 매력을 지닌 아이템인지 평가하는 ‘응용디자인(프로덕트)’, 대표 아이콘과 응용디자인의 입체적 연결 여부를 가리는 ‘연계성’, 멘토링을 진화의 기회로 활용하는 메이커 역량을 판단하는 ‘진화성(융합능력)’, 대중적인 캠페인 및 프로모션 활용도를 묻는 ‘확장 가능성’이 그것이다.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각 멘토는 본인이 주안점을 둔 평가 항목을 밝혔다. 오기환 멘토는 “아이덴티티에 주력, 서울시의 상징성을 표현한 디자인을 찾겠다”며 ‘대표 아이콘’에, 우지희 멘토는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상품성 평가에 주력하겠다”며 ‘응용디자인’에, “각 디자이너가 품었던 씨앗이 어떻게 자라났는지 궁금하다”는 이나미 멘토는 ‘연계성’에,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김치호 멘토는 ‘진화성’에, “콘셉트와 로고 타입 위주로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을 보겠다”는 김홍탁 멘토는 ‘확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프레젠테이션은 SBS CNBC 이정민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결승선을 눈앞에 둔 파이널리스트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집중적인 인큐베이팅에 힘입어 콘셉트와 디자인은 유려히 정돈되었고, 프레젠테이션 또한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차별화한 요소는 멘티들과 함께 심사대에 오른 ‘검은 상자’였다. <더 메이커스> 로고가 부착된 상자의 정체는 바로 프로덕트 박스. 각 후보는 본인이 고안한 응용디자인을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 멘토와 시민들에게 제품 실사를 시연했다. 멘토들은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하며 틈틈이 채점표를 채웠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담당 멘토를 제외한 멘토들이 질문과 논박을 이어나갔다. 멘토들은 가시적 결과물부터 숨겨진 프로세스까지 제출 작품의 면면을 파헤쳤다. 흠 잡을 데 없어 보이는 디자인 콘셉트 속에서 맹점을 찾아내는 대목에서는 관록이 느껴졌다. 참가자들에게 질의응답 세션은 쉽지 않은 만큼 값진 시간이었다.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에 대해서는 멘토들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작에 완성이란 없다”는 김홍탁 멘토의 말처럼, 무한한 진화를 거듭하는 디자인의 ‘열린 측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치열했던 최종심사가 종료된 후에는 한 시간에 걸쳐 일반인 심사단의 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더 메이커스>는 일반인 투표 결과와 멘토 및 심사위원 평점을 종합 점수로 산출, 최종심사 당일 우승 디자인을 발표했다. 미션은 ‘서울의 대표 디자인 찾기’로 같았지만, 멘토와 멘티의 조합만큼이나 개성 있었던 5색의 디자인들. 과연 어떤 작품이 ‘서울 대표 디자인’이라는 영예를 누리게 될까? 그 결과는 방송을 통해 확인해 보자. 2부작 리얼리티 오디션 다큐멘터리 <더 메이커스>는 오는 4월 27일(월)과 28일(화) 저녁 8시, SBS CNBC를 통해 전파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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