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0
'운형자'라…. 운영자의 동생일까? 아니면 운씨 성을 가진 형자 씨일까? 아쉽게도 땡. 모두 정답이 아니다, 라는 썰렁한 농담 따위는 접어두고. '운형자'란 여러 가지 곡선으로 되어있는 판 모양의 곡선용 자로서, 쉽게 말하면 구름 모양을 닮은 자를 말한다. 필자도 나름 디지털 세대이기 때문에, 운형자를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는데, 이 운형자는 레터링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이다.
기사제공 ㅣ 타이포그래피 서울
요새는 디지털 도구가 상당히 발전했기 때문에 한글을 디자인할 때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디지털 상에서 직접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그래피적 성격을 가진 서체가 아닌 이상, 손 스케치는 기본 뼈대를 설정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작업은 모두 디지털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 그러나 예전에는 컴퓨터의 사양이 현재와 같이 좋지 못했으며 사용하는 폰트의 종류도 지금만큼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손으로 직접 레터링 작업을 하여 새로운 한글 글꼴을 디자인했었다. 그때가 바로 지금으로부터 2~30여 년 전인, 1980~90년대 이야기. 이때 활동했던 많은 디자이너 중에서 한글과 관련하여 활발한 연구와 실무 작업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이 있었으니, 필자가 존경해 마지않는 분, 그는 바로 김진평 선생이다.
한글 디자이너라면 기본적으로,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 <한글의 글자표현>. 이 책은 한글의 다양한 글자 표현방법이 정리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주로 사용되던 명조체와 고딕체의 구조를 분석한 최초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김진평 선생이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합동통신사 광고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또한, 한국판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아트디렉터를 맡았으며, 1981년부터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한글에 대해 지극한 관심과 사랑, 열정으로 1970년대 한글 활자꼴의 황무지 시대부터 1990년대 후반(1998년 타계)까지 한글의 가치와 위상을 시각적 차원에서 다루고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이론적 측면에서도 한글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인 시각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였다. 그는 한글 글자체의 기초적인 이론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한글의 역사를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정리하여 한글 글자체 변천사를 정립하였다는 업적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레터링을 통한 수많은 실무 작업도 진행했다. 그의 작품은 주로 회사명, 기업체명 등의 로고타입과 잡지 제호, 헤드라인(캠페인) 문구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로고들도 있고, 심지어는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도 있다.
내용 출처:
이용제 글, 디자이너 열전. <한글 활자 연구가 - 김진평>, 네이버캐스트
<한글공감>, 유정숙·김지현 지음, 안그라픽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