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28
독립영화?
늦은 심야시간대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는 ‘독립영화관’의 낯설고 실험적인 영상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류승완 감독이나
<낮은 목소리>
의 변영주 감독은 대중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독립영화 출신 감독들이다.
흔히 독립영화는 ‘자본과 제도로부터의 독립’ 을 표방하며 예술 지향적인 영화를 추구하기도 하고, 최근엔 장르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독립영화가 갖고 있는 다양성과 저항 그리고 실험정신은 기존 주류 상업영화의 관습과 허위를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으로서 회자되기도 한다.
앞으로 3일 후면 독립영화 최고의 축제가 열린다.
1996년 ‘아마추어에서 작가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인디 포럼>
은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와 국내 시네마떼끄 운동의 선구자인
<문화학교 서울>
이 주최하며 전문성과 대표성을 공인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독립영화 행사이다.
타영화제가 각 부문별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인디포럼>
은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디지털 영화 등 독립영화 전 분야를 아우르는 비경쟁 독립영화제로 진행된다.
실험적 이미지가 살아 숨쉬는 인디 포럼의 색다른 그래픽 속으로 들어가보자 .
☞ 김미진 기자 / nowhere21@yoondesign.co.kr
인디포럼>
문화학교>
한국독립영화협회>
인디>
낮은>
죽거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로서 인디포럼의 포스터에는 다소 아마추어적인 발랄함과 자유, 그리고 키치스러움이 묻어난다.
인디포럼 2003의 포스터는 예전보다 진지해졌다.
올해로 여덟번째를 맞이하는 인디 포럼이 외연의 확장과 더불어 이제 막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성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이 주도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럭셔리한 영화제라면 독립영화제는 확실히 이와 대비되는 로파이(Lo-Fi)한 전통을 따르고 있다. 주류 문화를 하이파이(Hi-Fi)라고 정의한다면 인디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로파이라고 할 수 있다.
인디포럼 2003의 포스터는 외국의 로파이(Lo-Fi) 전통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의 가공방식과 제약들을 따르고자 했다.
로파이(Lo-Fi) 양식의 특징은 펑크 락커들의 공연이나 창고세일을 알리는 찌라시부터 유명한 제록스 진까지 모두 한결같이 DIY라는 점이다.
디자인이 전문가의 영역에 맡겨 진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만든 독특한 방식이 최종결과물을 복사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량으로 제작할 필요도 없고, 예산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 복사해내는 과정에서 로파이(Lo-Fi)라고 묶일 수 있는 나름의 코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색상의 제약이라든가,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손글씨와 잡지사진들의 꼴라쥬, 사진 이미지들의 과도한 콘트라스트 등이 주로 사용된다.
로파이(Lo-Fi)스타일의 미덕은 Do It Yourself 정신과 집단적인 작업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디자이너 개인의 크리에이티브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성격이 강한데 반해 로파이(Lo-Fi)작업은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 앞서 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은 더 이상 한 디자이너의 아트웍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 작업물들은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집단이 속한 현재의 시점(예산의 제약, 그 집단의 지향하는 정치적 아젠다)을 즉각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달리 말하자면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이건 지구이며 어머니의 대지 어쩌고 저쩌고 하며 억지 춘향격의 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린 현재 가난해서 이렇게 색깔 하나만 쓴다.” 또한 “우리는 여왕의 권위로 대변되는 허울을 증오해서 여왕의 사진에다 낙서를 한다.” 이런식의 직설법이다.
이런 직설법과 Lo-Fi 전통의 특징들을 재현해내는 것이 인디포럼 작업의 제1원칙이다.
포스터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 개별적인 요소들보다 인디포럼이라는 영화제가 보여줄 수 있는 나름의 분위기를 나타내고자 함이었다. 일상적인 느낌과 동시에 Lo-Fi한 전통을 충실히 재현하려 했다.
고삐에 묶여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나귀를 표현한 이미지는 인디포럼 2003의 emblem이다. 조형적인 요소보다는 하나의 정황을 설명하는 도상을 쓰고자 했다. 기존 영화제의 로고가 심플하고 도형적인데 반해 인디포럼의 로고는 이야기성을 담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인디포럼 2003은 독립영화의 정체성과 더불어 인디포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티셔츠는 로고타입을 응용한 2종과 캐릭터를 이용한 2종으로 제작됐다. 티셔츠의 경우에는 실용적인 목적이 우선되기 때문에 되도록 기념품이라는 느낌을 배제하려 노력했다.
버튼의 경우 티셔츠와는 다르게 관객이 하나의 행사에 참여한 기념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별다른 장식 없이 인디 포럼의 로고타입만을 이용하였다.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정해지고 나면, 문제는 “어떤 사진들을 쓸 것인가” 이다.
아무래도 독립영화제이다 보니깐 난해하고 세련된 이미지보다 즉각적인 사진을 이용해서 작업했다. 그렇게 사진만 결정되면 작업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1. 원본 사진 한껏 멋을 부린 한 부부의 나들이 모습에서 고단한 일상이 느껴진다. 이는 쉽게 와서 보고 즐기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궐기로서 인디포럼이 갖고 있는 성격과도 부합된다.
2. 포토샵에서 그레이스케일로 변환한 후 콘트라스트를 100% 준 과정
3. 여기서 바로 색칠해도 무방하지만 좀더 손맛을 내고 싶다면 레이저 프린트로 출력한다. 그리고는 스케치북에다 먹지를 대고 대강의 음영을 그려준 후 인내심을 가지고 거칠게 스케치한다. 스케치한 부분을 북~~ 찢어서 스캔하면 적당히 종이의 결이 살아난 음영이 완성된다.
4. 그 기본이미지 위에다 슥삭슥삭 선택툴을 이용해서 맘에 드는 색깔로 칠해주면 배경 이미지 작업 완료!그리고 나머지 필요한 정보들을 적당한 곳에 넣으면 비로소 포스터가 완성된다.
정글 : 이번 인디 포럼2003과 관련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은 무엇입니까?
박시영 : 인디포럼에서 행사 전체에 요구되는 비쥬얼을 꿍딱꿍딱 만들고 있습니다. 포스터, 티셔츠, 웹까지. 전체 아트웍의 아웃라인을 맡고 있습니다.
정글 : 인디 포럼의 정체성은 독립영화가 그 동안 걸어왔던, 표현의 자유와 실험, 저항의식이라고 회자되곤 합니다. 인디포럼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어떻게 그래픽적으로 구현되었나요?
박시영 : 우선 저항이라는 명목을 한쪽에 떠넘긴 체 저항하는 쪽은 인디펜던트, 그렇지 않은 것은 메인스트림이라는 이분법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때로는 저항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고민없는 저항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그보다는 독립영화의 중심은 “고민하는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체되지 않고 때로는 자기부정을 통해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인디포럼의 정체성이 아닐까요? 동시에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인디포럼이 따로 존재합니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은 디자이너의 아트웍이 아니라 한 집단이 자생적으로 생성해낸 Lo-Fi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과 지금의 상황들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글 : 독립영화제의 디자인이 일반 영화제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시영 : 일반 영화제들, 주로 국가에서 행해지는 관광사업의 성격을 띄는 영화제와 국제적인 규모의 영화제에서 중요하시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품격'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 품격을 지킨다는 것은 곧 매너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조롱하지 못하는 품격이란 벌거벗은 임금님의 투명연미복과 다름 없습니다.
이에 반해, 소규모 영화제들은 저예산으로 인한 제약이 있지만 그 안에서는 오히려 허울을 벗어버리고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포스터를 너덜너덜 오려 붙히기도 하고 기꺼이 스스로를 조롱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의 짜릿함이 있지요.
로고의 경우에도, 일반 영화제 로고는 다수에게 빨리 인식되기 위해 굉장히 심플하고 도형적인데 반해 독립영화제의 로고들은 비교적 구체적인 도상을 띄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독립영화는 일반 상업영화보다 노출 빈도가 적고 그 영화제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더 큰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그 로고를 인식시키기 힘들더라고 로고에 이야기성을 담아주는 것입니다.
정글 : 영화제 포스터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시영 :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영화와 관련된 지식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영화제 디자인이란 그 영화제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때문에 ‘이 영화제의 포인트는 이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행사 주최자들과 공유해나가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영화제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 인디포럼(http://www.indieforum.co.kr)
장 르누아르 영화제의 포스터와 웹디자인
→ http://www.cinephile.co.kr/renoir
프리츠랑 영화제의 포스터와 웹디자인
→ http://www.cinephile.co.kr/fritzlang/index.htm
현재 부천영화제 웹사이트 진행
→ http://www.pifan.com/festival/Poster.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