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1
삼성경제연구소는 2002년부터 우리나라 생활용품, 가전, 섬유, 건설 등 산업전반에 불고 있는 웰빙 열풍에 대해 한국의 웰빙은 ‘개인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이기적 웰빙으로 상업적 유행과 결합하여 물질적 풍요와 고급화, 개인의 지나친 건강과 미에 대한 집착 등의 특성으로 나타나며 한국의 웰빙이 이기적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에는 2002년 황사, 광우병 등의 환경재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극심한 상황에서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에 반해 서구에서 불고 있는 웰빙은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으로 건전한 문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타적 웰빙으로 채식주의, 생태주의와 같이 친건강, 친환경성을 지향하는 사회대안운동을 그 뿌리로 하고 1990년대 이후 ‘사회적 웰빙’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파고 든 사회복지 개념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이타적 웰빙의 대표 소비자를 로하스(LOHAS)라고 하는데 최근 뉴욕타임즈는 미래 시장을 주도할 대표적 소비자로 로하스를 부각시켰다. 로하스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로 건강, 환경, 사회정의, 자기발전과 지속 가능한 삶에 가치를 둔 소비 집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신 및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소비 기반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웰빙마케팅을 통해 국내시장규모가 2000년 1070억원에서 2003년 3200억원으로 성장한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인 사례로 황사나 공기오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집안의 공기정화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것이 이기적 웰빙이라면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기보다는 자가용 사용을 자제하거나 매연을 방출하는 자동차에 대한 재제,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 지원 혹은 관련 업체 생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건강을 더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이 로하스 소비자의 전형적인 사고인 것이다.
못쓰는 번호판이나 병뚜껑을 힙합스타일 패션 악세서리로 제작하여 미국 내 1,000여 곳의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littlearth사는 로하스적인 접근으로 성공한 브랜드이다. 1993년 피츠버그에서 소자본으로 설립하여 현재 사회적 반향과 함께 40여명의 디자이너를 둔 중소기업으로 성장하였는데 못쓰는 번호판을 핸드백으로 제작하고 병뚜껑과 자동차 안전벨트의 버클을 악세서리로 부착한 허리띠, 선물용 CD Case 등 십대에는 패션으로, 베이비 부머로 대표되는 로하스 소비자에게는 친환경적 컨셉트로 호응을 얻고 있다. 흥미로운 개발을 통해 한해 30톤의 고무와 40,000여개의 번호판, 25만개의 병뚜껑을 재사용하는 성과를 더불어 거두고 있다. (사진출처: www.littlearth.com)
로하스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들의 가치에 부합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것인데 제품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 되었는지, 재생원료를 사용했는지, 로하스 소비자의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이 생산 했는지 등 자신의 로하스적 가치관과 얼마나 유사한가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로하스 소비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첫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소비자의 1/3이 이미 로하스에 속하고, 로하스 관련시장은 매년 수십 퍼센트의 성장률과 함께 새로운 소비가치로서 자리 잡고 있고 현대문명에 대한 대안으로 로하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장될 추세이다.
둘째, 기업측면에서는 이제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 자체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6년 12살짜리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상표가 찍힌 축구공을 바느질하고 있는 사진 한 장으로 나이키의 주가폭락과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을 입었던 사례처럼 이제 제품 개성이나 광고를 통한 외형적인 소구보다는 기업 내부의 로하스적인 문화와 체질 개선, 기업의 사회적 역할 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하스의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
Milton Glaser는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1950년대 IBM의 CEO이었던 Thomas Watson Jr.의 “Good design is good business"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디자인) 시대를 넘어서 자신의 디자인이 직업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반드시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크게 보이기 위해 내용물보다 큰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것
새로 생 와인라벨의 전통성을 심어주기 위해 녹슨 이미지를 넣는 것
성적으로 혐오스러운 내용이 담긴 책표지를 디자인하는 것
이윤을 남기기 위해 9.11사태를 기념하는 메달을 디자인해서 파는 행위 인종차별적인 기업행위를 하는 기업의 광고를 제작하는 일, 영양은 적고 당분이 많이 함유된 어린이 식품패키지를 디자인하는 것
어린이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생산한 회사의 T-Shirt 디자인을 하는 것
정치적으로 부패한 정치인의 선거홍보물을 만드는 것 등의 사례와 함께 무심한 행동이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을 망각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로하스소비자의 증가에 따라 패키지디자인 역시 환경적 임팩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오존층의 파괴, 기상이변 등 패키지는 쓰레기 및 환경문제의 주범이며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의 1/3이 또한 포장과 관계한 종이와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키지디자이너는 창조적인 그래픽 작업이외에 다음과 같은 패키지디자인의 대안에 대해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불필요한 패키지를 제거할 것. 불필요하고 과대 포장된 패키지디자인은 물질적인 자원 낭비뿐만 아니라 접착제 등과 같은 환경과 노동의 낭비를 초래한다. 재사용된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유리, 카드보드 등을 사용하고 납 성분, 스치로폼, PVC/HPEC재질과 같이 유해한 물질로 만들어진 소재의 사용을 기피하여야 한다. 로하스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제품을 보호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미니멀 패키지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재사용’ 가능한 패키지디자인을 개발할 것. 재사용 패키지는 재사용이라는 내재적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공감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좀더 긴 보유기간을 갖게 되고 오랫동안 소비자의 시선에 노출됨으로써 브랜드나 패키지에 대한 인지도의 증가와 추가 구매를 유도한다. 이와 함께 재활용 가능하거나 생물분해성이 있는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함을 명기함으로써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로하스 패키지디자인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Fellissimo's 소포박스 : 우편으로 카다로그를 발송해 주문을 받는 의류회사 Fellissimo는 박스 안쪽에 풍부하고 화려한 칼라를 넣어 소포박스의 뚜껑을 여는 순간 압도당하는 효과와 함께 뒤집어서 박스를 만들면 옷이나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박스로 재사용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매달 소포박스의 칼라를 다르게 하여 사용자가 쉽게 보관 물품을 식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2) Remarkable Pencil Packaging : Remarkable 문구제품은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우유 곽으로 만든 볼펜, 일회용 컵으로 만든 연필 등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어진 문구라인이다. (ex. 연필하나에 일회용 컵 한개)
제품의 컨셉에 맞게 패키지디자인 개발도 친환경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패키지 구조를 개발하였고 한 개의 연필을 패키지의 잠금장치로 이용하였다. 잠금장치의 역할을 한 연필 한 자루는 제품의 디스플레이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3) The Body Shop : 친환경 천연소재의 상품만으로 세계 50여 개국에서 1,8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바디숍은 대표적인 로하스 기업이다. 1970년대 영국의 남부지방에 조그만 상점에서 시작한 바디숍의 사조는 신성하고 자연주의적 접근으로 설립자인 Anita Roddick은 “이윤은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지만 물질적인 부의 축척 외에 기업이 사회를 위해 정신적으로 기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라는 모토 하에 바디샵은 동물실험 금지와 국제사면위원회와 함께하는 인권운동까지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바디숍의 사회참여적 회사의 이미지 강화, 친환경적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 브랜드 컨셉을 전달하기 위한 일관적인 패키지디자인 개발이 바디숍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였는데 HDPE 용기와 같은 재사용 포장재를 사용하고 소비자가 빈 용기를 가져오면 리필해 주거나 재사용한다. 특히 바디숍 패키지는 제품설명은 직접 용기에 프린트하여 불필요한 라벨작업을 없애고 재사용이 용이하게 하였다.
4) Soaptopia 비누 패키지 :
TV PD라는 직업 이외에 수제품 비누를 만드는 취미를 갖고 있는 Yu Daniel Tsai는 냄새와 피부에 좋은 비누제품을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었고 이를 써본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 주문을 받게 되면서 Soaptopia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Soaptopia에서 요구한 디자인 가이드는 첫째, 수공예 제품의 이미지가 담겨야 하며 둘째, 지용성 제품인 비누를 보관하기 용이하고 셋째, 물류가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패키지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스케치를 통해 최종 결정된 디자인은 벨륨지를 Sleeve로 이용하고 손으로 tag을 제작하여 동양적인 재료인 라피아지를 이용한 장식띠를 부착하는 디자인으로 결정하였다. 동양의 환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슬리브 형태의 패키지는 박스형태의 패키지보다 제작이 용이하며 비용이 절감되고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라피아는 제품과 제품이 닿아서 비누 냄새와 기름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였다. 유기적인 제품에 맞는 동양의 색상을 메인 칼라로 이용하고 제품에 어울리는 단어들을 디자인 모티브로 사용하였는데 특히 중심 부분을 장식한 다양한 패턴과 칼라의 띠는 교체가 용이해 패키지의 효용성을 더 하였다.
5) Superga 신발 패키지 : Pentagram의 Daniel Weil이 디자인한 이탈리아 신발 제조 회사 Superga의 패키지디자인. 전통적 레져 신발, 테니스 슈즈, 고무장화를 생산하는 업체인 Superga사가 출시한 계절용 신발 패키지디자인 개발은 전통적인 신발박스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하였다. 직사각형의 전통적인 신발박스는 다양한 신발사이즈를 커버하고 쌓아놓기 용이하고 운송의 편리함 때문에 신발 제조업자들이 선호하는 반면 박스 구조에서 브랜드 개성을 찾을 수 없고 물건을 쌓아 놓으면 밑에 있는 제품을 꺼내기 어렵고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착안하여 신발을 수평적으로 쌓아 놓을 수 있고 고무 탭을 이용하여 열기 쉽게 제작하였는데 신발을 구입하고 쌓아두면 신발수납공간으로 재사용 가능하며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지기구조를 통해 쉽게 박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캐쥬얼화의 경우, 브라운칼라는 가을겨울 제품, 실버는 봄, 여름제품으로 구분되고 스포츠제품은 가을 겨울은 파란색, 봄, 여름은 빨간색으로 구분되어 식별하기 쉽게 신발을 수납하도록 하였다.
6) ASDA Big Top Tissue : 어린이용 티슈박스는 흥미로운 캐릭터와 함께 서커스를 주제로 제작되었다. 티슈를 다 사용하고 나서는 티슈박스가 인형놀이를 할 수 있는 무대로 재사용되며 뒷면은 주사위 게임을 할 수 있는 보드판으로 전환된다.
7) Reusable Shopping bag : 영국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진 6개의 와인병을 담을 수 있는 Waitrose's Reusable 쇼핑백은 튼튼하고 유연하며 비에 강해 20번 이상을 왕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강도를 지녔다. 한 개의 재사용 와인백이 40개의 쇼핑백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첫 3년간 8백만 개의 쇼핑백이 팔렸고 1억 6천만 개의 무상쇼핑백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와함께 초콜릿 형태로 제작되어 브랜드의 아이덴터티를 전달하는 동시에 뚜껑을 뒤집으면 일반 가정용품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Boci Perugina 패키지, 박스 한 면을 칠판으로 색칠해서 보관하는 제품을 식별할 수 있는 그림이나 라벨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수납 박스, 2002년 Lausene Leon Boym이 만든 다양한 컵과 컵 받침으로 만든 촛대 구조물, 이동시 용이한 장점이 있는 재사용된 플라스틱 용기에 넣은 오디오 제품, 그리고 메탈피스를 이용하여 다양한 상자나 박스를 선반으로 재사용하게 한 로하스적인 아이디어가 생활전반에 걸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