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8
작가 김풍의 폐인패밀리로 유명한 프로젝트109. 그러나 매스컴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어 일반인들에겐 말 그대로 ‘비밀의 프로젝트그룹’. 지난 달 캐릭터페어 때 프로젝트109 부스에 방문하고서야 요즘 인기몰이에 나선 ‘치카로카’와 폐인패밀리가 같은 업체 작품임을 안 사람이 많았을 터, 이번 기회에 아이러브캐릭터가 프로젝트109를 직접 찾아가기로 작정!
대체 얼마나 비밀이 많은 곳 인거야? 진짜로 고구마 언덕에 아지트가 있나?
그러나...
“어서 오세요.”
...여기, 기대와는 달리 평범(?)하다?
취재 │ 권근택 기자 info@ilovecharacter.com
폐인패밀리와 함께 출발
프로젝트109의 태동은 2000년부터. 조대현 대표이사와 김풍 작가, 최봉수 개발이사 3명이 모여 캐릭터 라이선스사의 정체성에 포커스를 둔 창업을 기획했다. 그리고 2002년 회사 설립과 동시에 김풍 작가의 작품 폐인패밀리를 선보이면서 출발선을 끊는다. 운영사이트인 김풍넷(고구마언덕의 전신)을 런칭하고 ‘폐인의 세계’를 출간하면서 폐인패밀리 알리기에
주력한 결과, 다음해 2003년 다음 포털에서 카툰 ‘폐인가족’이 독점 연재되고 김 작가와 캐릭터가 하나포스 TV광고 모델로 선정되는 등 성공적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폐인패밀리는 (주)싸이월드와 온라인 아이템 개발, (주)SKT와 1mm 서비스 업무제휴를 맺으며 프로젝트109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2004년 8월 업계 2위 버디버디에 진출한 폐인패밀리는 현재 아바타 판매순위 1위를 수개월째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2년만에 인기 캐릭터라이선스 업체로 ‘우뚝’
단 세 사람이 모여 일으킨 벤처기업은 2004년 (주)프로젝트109로 법인화되면서 전환기를 맞는다. 오가영 마케팅 기획과장은 “식구들이 늘어나고 매출 규모가 신장하면서 회사의 볼륨화가 가속화된 시기”라고 밝혔다.
“폐인패밀리를 이어갈 차기작을 하나 둘 준비하면서 새드주누의 김광호 작가 등 여러 크리에이터들과 에이전트계약이 연이어졌어요. 폐인패밀리와는 또다른 느낌, 또다른 타겟을 노린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폐인패밀리만의 회사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와 영역을 넘나드는 진정한 캐릭터라이선스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령’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패션일러스트 김지은씨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드디어 ‘치카로카’가 등장합니다.
폐인패밀리의 계보를 잇는 치카로카
2005년 런칭한 치카로카는 20대초반의 젊은 여성을 메인타겟으로 삼은 뛰어난 패션감각의 캐릭터다. 캐릭터페어에서 뮤직비디오로도 선보였던 치카로카는 스타일리쉬한 음악과 영상 속에서 세련된 도시 여성이 지닌 매력을 발산해 반향을 일으켰다. 20대초반의 싱글여성으로 설정된 치카로카는 자기만족이 높고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당당한 여성을 표방한 캐릭터로 오 과장은 “‘여자가 좋아할 여자’를 지향한 캐릭터”라고 소개한다.
“치카로카는 소녀라는 뜻의 치카와 열정의 로카를 합친 단어예요. 해석하자면 ‘열정적인 소녀’랄까.”
코믹한 디자인으로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폐인패밀리는 물론 저연령층에 주로 어필하던 기존의 캐릭터들과도 공략층이 완전히 달랐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캐릭터 수요가 두터운 어린이나 젊은 남성층에 비해 여성 소비자층이 엷은 것이 사실. 그러나 치카로카는 젊은 여성들의 주요 구매 아이템인 주얼리 액세서리나 잡화 등 패션 아이템 시장을 노크하면
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 과장은 “캐릭터 시장에서 정상권을 달리고 있는 B사와의 캐릭터 선호도 비교에서 여고생부터 20대후반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도리어 우리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런칭 후 1년이 지난 지금 가방 등 잡화 액세서리 아이템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주얼리 액세서리의 경우 테스트 마켓을 통해 반응을 캐치하고 있구요. 그리고 올해 안엔 치카로카 독립 브랜드 샵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그녀는 “이젠 프로젝트109의 간판스타가 폐인패밀리라고 쉽게 밝히지 못할 만큼 그에 비견할 인지도를 갖췄다”며 “현재 우리가 차세대 스타로 주목하고 있는 주력 캐릭터”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메인 콘텐츠 무대에서 활약시킬 계획”이라며 “해외 수출을 노리고 있다” 밝혀 눈길을 끈다.
“심슨네 가족으로 유명한 해외 제작사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을 만큼 국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내수 시장 공략과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생각이예요.
오는 9월에는 프랑스 프리미엄 클래스와 동경 기프트 쇼 등 세계적 해외 캐릭터 쇼에 출전할 계획입니다.”
국내 기반 정립과 세계 무대 선점의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오 과장은 “치카로카의 세계 시장 공략을 서두르는 것엔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 선점이 그 첫째며 또 하나는 내수 시장에 국한해 사업을 펼치기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얻고 있지만 솔직히 내수 시장에선 개성적인 장점이 특화되기 어려워요. 우리가 어떤 아이템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곧바로 다른 경쟁 업체에서도 뛰어듭니다. 우리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신작로를 개척해도 곧바로 벤치마킹하는 업체가 많다 보니 결국은 포화상태를 피할 수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염두하지 않는
건 모험입니다.”
이미 치카로카는 의류 아이템을 통해 일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서구 바이어들 역시 서양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독특한 캐릭터에 높은 관심을 보내는 상황. 그러나 한국 내 시장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앞서 말했듯 치카로카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폐인패밀리 등 다른 캐릭터들을 통한 프로젝트109의 인지도 구축에도 힘쓰고 있어요.
현재 폐인패밀리는 사단법인 파인클래스의 학원정보화시스템에서 대표 캐릭터로 활약 중이라 부모님 세대인 중장년층에도 존재감을 높이는 등 수년간 꾀했던 폭넓은 연령층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치카로카의 차기작도 결정됐다. 유아 등 저연령을 겨냥한 밀키퐁은 자신의 정체성에 고뇌하는 젖소. 이외에도 분홍퐁, 스타퐁 등 개성적인 젖소 캐릭터를 통해 국내에서는 공략 포인트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타겟을 목표한다. 본격적인 상품화에 맞춰 아동심리학 감수를 준비 중에 있다.
역시 비밀은 존재했다
프로젝트109의 소개를 담당해 여기까지 우릴 이끌어준 오 과장도 더 이상의 질문은 “비밀입니다”라며 회피했다. 최신작 밀키퐁 이후의 캐릭터 개발 준비에 대해서도, 치카로카의 브랜드샵 전개 시기와 1호점의 실체에 대해서도. 그리고 기타 등등. 역시, 비밀이 많은 프로젝트 집단이었던 것인가.
“단체 사진이요? 그게... 다들 좋은 사람들이긴 한데 좀 쌀쌀맞은 구석이 있어서리...”
...쌀쌀맞아? 그녀의 말 때문일까. 사진촬영에 응하는 프로젝트109 구성원들에게선 기묘한 포스가 느껴지는 게 어째...
그러나 그녀는 웃으면서 손을 내젓는다.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상상하셨던 것처럼 비범한(?) 사람들은 아니랍니다. 자, 다들 웃어봐요. 김치!”
첫 번째 사진에서 비장감 넘칠 만큼 굳어 있던 표정들이 그 한마디에 차츰 풀어진다. 이상할 것도 비밀이 많을 것도 없는 평범한 모습들.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다들 너무나 열심히 일에 매달린다는 거죠. 그래서 숨기는 게 많아 보일지도. 하지만 결국은 모두 사람 냄새나는 구성원들 이예요.”
결국 프로젝트109는 비밀스러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소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친근한 캐릭터들이, 조금 특별한 세상을 열어보이는 장소였다.
마지막으로 남긴 오가영 과장의 한 마디.
“잘 좀 소개해 주세요. 모처럼 공개되는 회사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