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그래픽 | 리뷰

미술작품 감상하며 장 보는 통인시장

2011-12-27


3호선 경북궁역 2번 출구에서 직진!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에 통인시장이 있다. 긴 골목길 시장을 들어선 첫 인상은 시장바닥이 참 깨끗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상점마다 눈요기거리가 있어 시장 방문에 즐거움이 더해진다. 각 상점들의 사연들을 설치작품으로 풀어낸 학생들과 상인들의 수고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통인시장, 지금 함께 가보자.

글, 사진|신혜원 기자(shin@popsign.co.kr)

사대문 안의 유일한 골목형 시장, 변화하다

통인시장은 1950년대 이전부터 벽돌 창고형 건물이었던 통인 공설시장을 시작으로 골목에 노점이 하나 둘 생겨났으며, 이후 공설시장 창고형 건물을 헐고 통인상가 아파트를 건축, 골목을 더 만들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통인시장은 사대문 안의 유일한 서민 생활권 골목형 시장으로 그 자체로도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시장 주변에도 광화문광장, 인사동, 북촌, 청와대 등 문화 요소가 풍부하여 지역 문화공간으로 성장이 유리한 곳이기도 하다. 떡을 간장과 고추장에 버무려 기름에 볶는 효자동 ‘기름떡볶이’로도 유명하다. 이 통인시장이 지난 여름부터 시장골목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장조각설치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장조각설치대회는 통인시장 55개 상점들과 예술학교 학생들이 짝을 이뤄 시장에만 존재하는 삶과 살림 이야기를 모아서 함께 미술작품을 설치하고 즐거운 경쟁을 통한 뒤섞임과 역동적인 시장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축제였다고한다. 시장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꿈을 펼쳐 보였던 시간들이었다고. 한 달여간 자신의 가게를 내어주며 학생들에게 적극 협조한 상인들과 낯선 작업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장 골목길에 새 옷을 입혀준 예술학교 학생들의 합작품이 상점 곳곳에 설치되어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사람사는 냄새 가득하고 전통과 문화가 있는 작은 골목이 그야말로 예술무대가 된 셈이다.


학생과 상인들이 한마음 된 시장

통인시장 상인들과, 추계예대 재학생 및 졸업생, 상명대 재학생 및 졸업생, 서울예고 미술과 학생들이 직접 신청을 통해 참여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디어를 내고 가게 전체 분위기를 많이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업이 진행되었고, 사진과 드로잉 아카이빙 설치 등 학생들의 다양한 창작방법들이 동원됐다. 작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할 수 있어 그 자체로 귀한 경험이 됐다.

‘우리농산물유통’ 상점에는 사과나무 한그루가 자랐는데 환하게 바뀐 상점분위기에 주변 반응이 좋았다. 공간과 이야기를 엮어서 작업하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참여했다는 학생과 배추를 쌓아올려야 하는데 사과나무 그림이 너무 예뻐서 쌓을 수가 없었다며 함박미소 짓는 사장님의 표정이 ‘시장조각설치대회’의 존재이유를 말해준다.

상인들과 고객들의 인기투표를 통해서 시장조각설치대회의 1등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발표되었다. 심사위원상 1위는 옥인정육점의 ‘고기파는 식당’이 차지했다. 서예가 취미인 정육점 사장님은 평소 명심보감을 공부하고, 거울을 보며 자신을 수양하는 이 시대의 훈장님이시다. 사장님의 붓글씨 쓰는 모습을 담장너머로 몰래 홈쳐보는 댕기머리 총각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정육점 가게 안에는 고기를 거는 갈고리에 지난 세월의 흔적을 지닌 붓들이 걸려있다. 오늘도 역시 붓글씨를 쓰셨다는 사장님의 붓글씨 한지가 소복히 쌓여있었다. 시장 설치물은 미적인 것과 동시에 기능적인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옥인정육점의 약초 안내판은 단순한 상품 안내를 뛰어 넘어 상품 이면의 스토리를 생성하고 있다는 것이 심사평이다.

또, 심사위원상 2위를 받은 광주상회의 ‘비빔’은 따로 분리되어 보이는 점포를 보완하기 위해 같은 색의 페인트를 칠하고 통일 감을 주는 배너를 달았다. 배너는 판매하는 품목들을 광고해주는 역할과 상점을 깨끗하게 인테리어해주는 효과도 갖는다.


작은 예술작품들이 시장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다

이 행사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전통시장’ 프로젝트의 하나다. 행사를 기획한 윤현옥 문화플래너는 “시장조각설치대회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으며 이로 인해 시장을 찾는 발걸음도 늘었다”고 언급하며 “작은 예술작품들이 시장상인들과 손님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수동적이었던 모습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게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장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로 인해 상인들 스스로가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비영리 민간단체인 aec비빗펌이 맡았다. 이 단체는 예술의 공공성, 지역의 문화화, 동시대 예술의 매개와 소통을 목적으로 문화예술 매개활동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 시장 인근에 ‘내맘대로 공방’을 오픈해 시장상인들이 자유롭게 필요한 물건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P






facebook twitter

월간 POPSIGN
SP, Sign, Lighting Design 전문 매거진 월간 <팝사인> 은 국내 최초의 옥외 광고 전문지로, 국내 사인 산업의 발전과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영문판 잡지인 발간을 통해 국내 주요 소식을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으며, 해외 매체사와의 업무제휴 들을 통한 국내 업체의 해외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등 해외 수출 마케팅 지원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