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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라이징 스타(Rising Star), 권준호

2013-04-30


권준호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학부 졸업 작품을 제작했다. 졸업 전시회 책자를 만들면서 학교와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이런 그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교수들과 마찰도 있었고, 디자인 회사에서 원하는 브랜딩이나 마케팅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학부시절 원하는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한 그는 유학을 결심했고, ‘윤리적인 태도와 디자이너로서의 자세, 책임감을 격려한다’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운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 진학했다.

기사 제공│월간 CA

디자인과 순수미술 경계를 넘나드는 영국왕립예술학교의 커리큘럼은 그에게 딱 맞았다. “커뮤니케이션 & 아트 전공으로 입학했어요. 한국에서는 이 두 가지의 구분이 너무 명확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였어요.”

그의 작업은 용산 참사, 탈북 여성, 제주 해군 기지와 같은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은 디자이너 역시 한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브랜드에 대한 불필요한 환상이 얼마 전 일어난 런던 폭동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디자이너들 사이의 반성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국에서 진행했던 제주해군기지 반대 작업은 그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영국 사람들이 먼저 시작을 했고, 그는 나중에서야 그래픽디자이너로 참여했다. “평화 운동가인 앤지 젤터(Angie Zelter)가 주최한 시위가 대사관 앞에서 열렸는데, 사람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이미지가 그들이 주장하고 싶은 목소리를 온전히 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들의 생각을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포스터와 사진 작업을 통해 그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시위 과정에서 많은 영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많은 이들이 직접 한국까지 왔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 앞에서 이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픽 작업을 할 때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색깔이 없는 정직한 디자인이 나오기 마련인데, 특징 없는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싫기에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권준호의 디자인은 프린트, 웹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한다. 졸업 작품이자 여러 매체에서 수상한 작업 ‘라이프(Life)’는 나무로 제작했다. 3미터 규모로, 아날로그적인 레터링이 특징이다. 그는 이 작업도 타이포그래피의 범주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한 애착이 많아요. 군대에서 목공병을 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수작업이든 컴퓨터 작업이든 작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근본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저에겐 이 작업이 조소 작업인 동시에 타이포그래피 작업이이기도 해요.”

이 작업은 크리에이티브 리뷰에 의해 올해의 작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감을 훌륭히 표현했다.’ 라는 찬사를 그에게 보냈다. 권준호는 수상한 사실 자체보다 작품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왕립예술학교 시각디자인과의 학과장인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는 이런 그에게 졸업 후 바로 튜터 자리를 제안했다. “학교에 내년에도 오라고 하길래 놀러 오라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튜터 자리를 준 거예요. 학생들과 튜터 사이를 좁히고자 젊은 외국인인 저를 선택했나 봐요.”

이처럼 영국에서 인정받은 그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정부가 보수당으로 바뀌면서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어요. 비자를 받거나 취업하는 것이 어려워진 이유도 있어요.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제가 관심 갖고 있는 작업의 주제가 한국 사회에 대한 것이겄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자연스러웠어요.” 불과 몇 주 전, 그는 5년간의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권준호는 최근 3명의 동료들과 ‘일상의 실천’이라는 소규모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가까운 일상에서 우리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해요.” 이곳에서는 그래픽디자인뿐만 아니라 패브릭 디자인 같은 다른 분야와도 함께 해서 경계를 확장할 거라고 한다. 한 가지만 파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하는, 일상에 가까운 디자인을 하는 집단을 꾸리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DESINER 권준호
그래픽디자이너. 영국왕립예술대학(RCA)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디자인을 전공 후 일 년 동안 RCA에서 RDP(Research Design Publishing)과목을 강의했다. 2012년 영국 디자인 위크가 선정하는 올해의 '떠오르는 스타'로 선정되었으며, 타이포그래피 설치 작업 'Life'는 영국 크리에이티브 리뷰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작업' 중 하나로 선정 되었다. 2012년 런던 사치 겔러리에서 열리는 '사치 뉴 센세이션' 20인의 아티스트에 선정 되었다. 영국 조나단 반브룩 스튜디오와 와이 낫 어소시에이츠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http://www.joonhosa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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