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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브랜드가 산다 ③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 타바스코(http://www.tabasco.com) | 2015-07-09


하루에도 몇 개씩의 브랜드가 출시되고 사라지는 브랜드 홍수 시대. 많은 브랜드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업계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는 것을, 제품 전체를 일컫는 보통명사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타바스코는 핫소스의 대표 브랜드로 이미 하나의 보통명사화되었고, 동시에 우리 집 터줏대감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글 | 우승우 브랜드 컨설턴트
사진 | 타바스코(http://www.tabasco.com)
 

그런 브랜드가 있다.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집안 구석 어딘가에는 여분의 것들이 충분히 저장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브랜드. 우리가 흔히 핫소스라고 부르는 브랜드 중 ‘타바스코(Tabasco)’가 나에겐 그렇다. 정확히 언제부터 먹게 되었는지, 어떤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난 핫소스 대신 타바스코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슈퍼마켓만 가면 집에 충분한 타바스코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그것들을 구매했다.
 

“일정상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 남쪽 끝에 있는 루이지애나와 뉴올리언스에 반드시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어느 날 문득 즐겨 먹는 소스인 '타바스코'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졌고, 재미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그렇게 그곳을 찾았다. 뉴올리언스에서 맛본 ‘타바스코’도 똑같은 맛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5년 전인가 미국 남부 여행을 하면서 끄적거린 글이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듯 브랜드 관련 일을 하면서 타바스코라는 브랜드 기원을 알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매운맛 소스 시장의 대표 브랜드를 넘어 일종의 문화이자 일반명사화 되어버린 타바스코가 바로 내가 세 번째로 선택한 우리 집 브랜드이다.
 


톡 쏘는 향과 강한 매운맛의 타바스코는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핫(Hot) 소스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1968년 루이지애나 에어버리 아일랜드(Avery Island)에서 매킬레니(Edmund Mcllhenny)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된 타바스코는 ‘뜨겁고 온화한 토양’이라는 의미다. 특별한 맛과 향 이외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레이블과 특유의 병 모양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음식은 인간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동시에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여러 종류의 취향이 존재하며, 이를 공통적으로 충족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미각만큼 예민하고 까다로운 조건이 있을까? 과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타바스코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째, 타바스코 특유의 맛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물 본질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데, 음식의 본질은 맛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1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전 맛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세심한 고추 선별부터 참나무 통에서 3년여에 걸친 숙성과정을 거쳐 완성된 소스는 매킬레니 가족의 테스트 과정을 통과해야만 식탁 위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제조공법은 가업을 계승할 가족에게만 이어지고 있다 하니 더욱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명확하게 타바스코임을 알려주는 고유한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100여 년 전 향수병에 담겼던 타바스코는 유통 및 보관을 위한 기능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초기의 병 모양과 다이아몬드 레이블을 오늘날까지 고수하고 있다. 코카콜라, 캠벨 스프, 샤넬 No.5 등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은 브랜드들은 일관성 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자신만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데, 타바스코 역시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이러한 브랜드 패키지는 소비자들의 수집이라던가 패러디, 인용 등으로 이어져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타바스코는 앞서 언급한 전통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시도로 고객의 눈높이를 맞췄다. 제품의 핵심 컨셉과 본질은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 소비자들의 입맛에 따라 브랜드를 확장(Extension)한 것이다. 오리지널 ‘핫소스’를 기본으로 매운맛의 강도, 맛, 첨가물을 조금씩 변형하여 갈릭페퍼, 하바네로(Habanero), 치포틀(Chipotle), 그린페퍼, 버팔로 스타일, 스윗 앤 스파이시 등 다양한 제품들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또한 제품 활성화를 위해 각 소스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공개하고 디지털 환경을 이용하여 소비자와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도모한다. 그런 모습만 봐도 타바스코가 전통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의 브랜드가 출시되고 사라지는 브랜드 홍수 시대. 많은 브랜드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업계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는 것을, 제품 전체를 일컫는 보통명사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다. 스테이플러가 호치키스로, 트렌치코트가 버버리로, 모기약이 에프킬러로 불리는 것처럼 강력한 브랜드임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타바스코 역시 ‘핫소스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며, ‘핫소스 주세요’가 아닌 ‘타바스코 주세요’라고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브랜드라는 측면에서 전 세계 대표 브랜드이자 우리 집 터줏대감 브랜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나는 언제나처럼 이곳저곳에 타바스코를 뿌려 먹는다.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들이 회를 초장에 찍어 먹고, 머스타드 소스가 잔뜩 뿌려진 핫도그를 좋아하는 것처럼 난 타바스코를 뿌려 먹는다. 피자와 스테이크는 물론 크림 파스타와 닭꼬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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