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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낯설게 하라 그러면 볼 것이다!

2005-05-10

글ㅣ김원규(communications ‘Of Course’ 대표) wkkim@ofcourse.co.kr

광고란 본래 ‘차별화’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 똑같으면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누가 똑같은 광고를 주목하겠는가? 도무지 보려고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려면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그 무엇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크리에이터의 DNA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을 하려면 사물을 남들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된다. 일단 시선이 달라야 한다. 또한 관점이 달라야 하고, 수평적 사고가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매번 다르게 말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차별화인가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또는 경쟁 관계에 따라 혹은 타깃의 정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소비자의 시선을 잡으려면 달라야 하고, 뭔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과장해서 보여주는 것인데, ‘과장’이라는 무기는 우선 소비자들을 쉽게 잡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작은 것을 크게 보여주거나 역으로 큰 것을 작게 보여주는 방법을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고, 제품의 특장점을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기법은 전자보다 좀 더 심도 있는 연구 후에 보여줄 수 있는 과장 기법이다.
이러한 ‘과장 광고’는 ‘허위 광고’와는 다른 어프로치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혼동해서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말의 뉘앙스가 비슷해서 인지 과장 광고를 허위 광고로 일반화 해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 현장에서도 과장 광고를 허위 광고와 같은 줄기의 나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위 광고는 객관적 사실 관계를 왜곡해서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범죄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제품 판매와 기업의 이미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리겠다는 강박관념이 허위 광고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과장 광고와는 다르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여 허위 광고가 자리를 감춰가고 있지만, 예전에는 광고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힘들어, 종종 허위 광고가 시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허위 광고는 당시에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제품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과장 광고는 다른 표현 방법이다. 흔히 과장 광고는 2가지로 구분해서 이야기 하는데 하나는 완전히 거짓과 허위는 아니지만, 일부의 사실을 과장해서 부풀려 마치 전체가 그런 냥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말하며, 나머지 하나는 극적인 반전 효과를 얻기 위해 유머와 감동이라는 장치를 통해 극적 반전을 노리는 형식의 광고이다. 좋은 과장 광고는 바로 후자의 어프로치를 의미하며 세계 유수 광고제에서 상을 타는 작품들을 보면 주로 이런 기법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광고는 벌레에게 물리는 것을 예방하게 해주는 살충제인데, 직접 ‘죽이고 없앤다’는 표현 대신에 입에 강력한 마스크를 씌워 해결하고 있다. 해충들에게 제갈을 물린다는 발상이 흔히 한방에 죽인다는 표현 보다 오히려 신선하고 ‘저렇게라도 해서 물리지 않을 수 있다면…’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을 표현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위의 광고는 치약 광고인데 치아가 하얗게 됨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과장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차도르를 쓰고 있는 여자의 미소 속에 하얀 치아가 드러나고 복면 강도가 악을 쓰는 데 하얀 치아 때문에 들통이 나는 부작용(?)을 그럴 듯하게 소구하고 있다.
이 광고들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하얀 치아를 자랑하고 싶은 나머지 차도르의 입 부분을 도려냈거나 복면 강도가 분수도 모르고 치아를 자랑하기 위해 복면을 찢었다고도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앞으로 메나 뒤로 메나 하얀 치아를 자랑하고 싶은 속마음은 같은 것이다.

위의 광고는 Audi quattro의 광고인데 강력한 파워로 오프 로드 어디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을 꾸준히 소구하고 있는 캠페인 중의 하나다. 이편에서도 산악 지대를 아주 부드럽게 달리고 있는데, 바다 위를 새가 날아가듯이 아무 어려움 없이 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광고는 우리가 티셔츠를 입거나 속옷을 입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무릎을 칠만큼’ 잘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경험들 한번쯤은 다 있을 것이다. 이런 어프로치야 말로 소비자 인사이트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벨이나 태그가 마치 해충이 들어 있는 듯한 불편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을 위협적이고 도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런 태그나 라벨이 주는 불편함과 거북스러움을 소비자들이 공감하는 장치를 통해 쉽게 알아차리게 하고 있다.

위의 광고는 자기 레스토랑에서 가장 큰 버거를 만들고 있음을 알리는 광고인데 이 아이디어가 흔한 발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아트디렉터의 솜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입을 크게 벌려서 표현하자’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고, 또한 그것은 자칫 주목 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광고가 되기 십상인데, 이 광고는 보는 순간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위의 광고는 비주얼 표현이 주목을 끌고 있는데, 제품은 바로 고기 냄새를 없애주는 소취제이다. 비주얼을 보는 순간 고기 냄새에 찌들어 있는 옷이 연상되어, ‘어떻게 하면 저 옷이 괜찮아질까’ 하는 조바심이 들 정도이다.
한번 상상해 보라.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이 포장육처럼 포장되어 있다면 얼마나 냄새가 진동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걱정을 싹 없애준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위의 광고는 큰 것을 작게 표현해서 주목을 끌고 있는데, 카피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락한 곳이 하늘’이라고 말하며, 새들과 같은 사이즈로 막대기에 안락하게 앉아 있듯이 표현하고 있다. 다음 광고에서는 파리 드골 공항의 허브 기능을 릴레이 경기의 바통에 비행기를 비유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항공사보다 드골 공항에서 많은 비행기를 운행하고 있다는 장점을 소구하고 있다.

위의 광고를 보고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위가 약한 나에게 이 광고는, 보는 순간 마치 ‘운전을 하고 가다가 길에 깔린 동물을 발견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보지 않으려고 잽싸게 넘겼지만, 광고의 여진은 나를 다시 페이지를 뒤로 돌리게 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콩팥을 들고 있는 사람, 자기 눈알을 빼들고 서있는 사람, 옆구리에서 신장을 떼어내 들고 있는 사람…
충격을 가라앉히고 카피를 읽어 보니 장기 기증 광고였다. 살아 있는 동안 자기의 장기를 이렇게 떼어내 기증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당신이 죽을 때 기증하라는 내용이다. 이 광고를 보고 100번의 교육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우선 나부터가 장기를 기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위의 광고는 유머스럽게 접근하고 있는데, ‘Less is sexy’라는 카피로 여자의 다리에 털이 없어야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비주얼에서는 여자의 다리에 털이 우스꽝스럽게 나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가 저렇게 하고 다니겠는가? 그러니 에스테틱에서 제모 서비스를 제대로 받으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도 광고를 보는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자기가 저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들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에스테틱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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