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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본 프로젝트는 프랑크푸르트의 쇼핑 거리인 하우프트의 중간에 위치한다. 본 건물의 건설부지는 약 105,000㎡이며, 쇼핑몰,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호텔, 회의실, 사무실, 주차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이 많은 기능들은 프로젝트의 주요 특징뿐 아니라 물류보급, 개장시간, 구조 분할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 복잡성으로 인해 단일접근 경로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여, 동일한 접근성을 제공할 추가경로를 4층에 계획했다.


상업시설은 이 두 공간 사이에 위치하며, 4층에 들어선 영화관, 스포츠센터, 레스토랑은 모든 엔터테인먼트시설과 주요공간의 기준점이 된다. 구조물은 주요 쇼핑 거리인 차일에서 트룬 앤 탁시스 궁(고풍스런 형태로 재건축된 건물)을 잇는 유동적 형태를 참고하여 설계했다.

방문객들은 이동에 편리한 여러 경로를 사용하게 되므로, 1층에만 머물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일련의 빈 공간은 자연광을 내부공간으로 유도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할 때, 건물은 쇼핑이라는 목적 외에도 24시간 개방되어야 하며, 100여 개의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여가활동, 만남, 영화관람 등의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추운 날씨를 피해 안락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해야 한다.

본 프로젝트의 두 부분은 차일과 트룬 앤 탁시스를 따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차일을 따라 흐르는 파사드는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를 고려하여 디자인됐다. 반대편에는 호텔과 사무실로 통하는 입구가 위치하고, 트룬 앤 탁시스 내부에 재건설된 호텔로비는 아트갤러리와 쇼핑몰 내 고급매장 근처에 배치됐다. 객실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접근이 가능하며, 컨퍼런스센터와 스포츠시설은3층과4층에 위치한다. 사무실의주출입구는 뉴아이젠하임 거리를 따라 27.5m 높이에 위치하며, 엘리베이터를 통해 최상층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4층은 사무실과 관련된 중요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서비스시설과 응접실이 있다. 또한, 4층은 옥상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많은 인력을 고려할 때, 새로운 공공공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글 : 마시밀리아노 푹사스


구름을 담는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
몬테디피에타 광장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에 이르면 작고 반짝이는 문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건물에 들어서면 중정이 있는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떼베레강이 반 시계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곳에 작업장을 마련한 그는, 여느 작가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로마인 특유의 자신감과 남들이 거절하는 일을 되게끔 만드는 추진력, 그리고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그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임과 동시에 대학선배인 그를 만난다는 설렘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푹사스는 매우 바쁜상태였고 에스프레소 한 잔 할 여유도 없어 보였지만, 인터뷰는 의외로 편안하게 진행됐다.


푹사스씨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영원한 도시, 로마에서 성장하셨는데, 이것은 분명 당신의 거침없는 창작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건축가들에게도 역사적 배경을 기초로 하여 건축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네요. 이 인터뷰가 우리의 것을 아끼고 뿌리있는 한국건축으로 발전시켜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푹사스씨의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대학과정이나 외국여행의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이 질문은 건축과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일 것이다)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는 지는 동양에서 항상 하는 질문입니다. 보통현대유럽작가들의 작품을 모방하여 조금 다른 것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의력’이란 개념은 전형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출발하죠. 저는 결코 유럽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성향은 절대 남에게 종속되려 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동일한 공동체가 아니에요. 이렇게 개성이 강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통치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무솔리니(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 파시즘의창시자) 조차도 해내지 못했어요. 체임벌린(네빌체임벌린 1869-1940, 전 영국총리)이 무솔리니에게 이탈리아인들을 통치하는 방법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점은 부정적인 면도 있어요. 기차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거나, 거리가 그다지 청결하지 못한 것을 예로들 수 있죠. 하지만 이탈리아기업들에서 볼 수 있듯, 창조하려고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죠.

우리는 매우 중요한 건물들을 세웠답니다. 나르디니의 거품(이탈리아 바사노 델 그라파에 있는 대강당, 센트로에스 포지티보)은 현장에서50km 내에 있는 가까운 회사들이 참여했고, 모든 회사들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죠. 두 방향으로 나눠진 수많은 이중 곡면유리는 그 모양이 모두 제각각인데, 이러한 것은 이탈리아에서만 볼 수 있어요. 6m나 되는 접이식 유리문, 이녹스(스테인리스스틸)로 틀을 잡아 유리발판을 맞춰 넣은 계단에서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사고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탈리아인들이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디자인한 프라우의자는 단지 하나의 틀로만 되어있어요. 이탈리아인이 아니고서야 이탈리아 컨벤션센터 같은 건물을 어떻게 건축할 수 있겠습니까?


‘아름다움’은 오랜 세월에 걸쳐 창안되어온 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푹사스씨는 설계를 할 때 어떤점을 중요시하나요?

주변환경을 빼고서는 일을 하지 않아요. 폴리뇨에 있는 성쟈코모성당을 설계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주변 환경에 문제가 있으면 창의적인 무언가를 구상해내죠. 하지만 아이디어는 항상 주변환경에서 나옵니다.

서울은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을 잊고 주체성 없이 새 도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것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공공 공간이 필요합니다. 오래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공공 공간의 부족을 느꼈어요. 힐튼호텔의 레스토랑은 부족하지 않지만, 광장이나 공원, 숲, 호수 등은 아니었습니다. 랜드스케이프도 중요시되어야 하구요. 100년 전의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시아는 거대한 실험실이죠. 저는 여기저기에서 똑 같은 건물들이 세워지는 것을 봐왔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저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사람이 단 몇초만에 인터넷을 통해 도면을 다른곳으로 보냅니다. 마치 옛 그리스극장처럼 모든곳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그리스, 터키, 시칠리아, 칼라브리아에서도. 서울은 소위 말하는‘현대적’인 도시라고 할수 있죠. 하지만 집밖의 이웃과는 그다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요. 이탈리아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 빵집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모습이 부럽던데요. 이탈리아인들은 그런 생활들이 가능하죠. 쇼핑센터에 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커피숍, 바,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기고, 일요일에는 항상 가스뗄리 로마니에 가게 되죠. 이탈리아인들은 매우 친절하답니다. 로마는 옛날부터 항상 그랬죠.

로마처럼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나요? 예를 들어 근원적인 변화라든지, 계속해서 철저하게 저지된 계획을 추진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영원의 도시 로마는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있죠. 정말 혼란스러워요. 아무도 무언가를 할 수 없고(예를 들어, 로마에는 지하철노선이 단 둘뿐이다. 대지를 걷어내면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유적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아이디어도 없죠.

로마대학의 건축과를 졸업하셨는데, 무엇이 푹사스씨를 건축가의 길로 인도하였습니까?

건축가가 되다... 저는 아직결정하지 못했는걸요. 저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건축가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예술가가 되고 싶었죠. 꿈을 꾼 것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설계했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어요. 바로 건축이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건축을 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그다지 가치 없는 것들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별볼일 없는 많은 책 중 몇 안되는 좋은 책과도 같죠. 이 세상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항상 같아요.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디어가 어디서 오는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하나의 이상한 조합이랄까? 만약, 저에게 ‘당신은 왜 그렇게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저에게 상을 줄 때면 놀라워요. 밀라노와 베이징에 고층건물을 짓는 일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죠. 그게 저의 일인 걸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는 거죠. 이탈리아 컨벤션 센터를 설계하기 위해 8년 동안 생각해 왔어요. 파리에서 일하는8년 동안 뉴욕에도 가고, 도요이토와 함께 컬럼비아대학의 초청교수로 있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비행기 여행을 하며, 구름을 위에서 내려다봤어요. 지평선, 그 길고 붉은선의 비정형적인 것이 좋았습니다. 또한 여러층으로 된 조밀하고 투명한 것이 저를 매료시켰어요. 왜 건축가들이 이런 것(스케치를하며)을 하고, 또 다른 개념을 찾는지... 전 두 가지다 해요, A+B. 저는 단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이죠. 저의 모든 작품은 내부로 들어가야 이해 할 수 있습니다. 폴리뇨 성당의 신성함을 느껴보세요. 깊숙이 박혀있는 창이 바로 그것이죠. 성당을 감싸고 있는 빛을 느껴야 합니다.

그의 강한 이탈리아식 어조가 우리 귀에 다소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길을 잠시나마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열정을 가진 의미 있는 건축이 우리땅에 더 많이 세워지길 바라면서 마무리한다.

글 : 현경아

현경아 피렌체 국립대학의 건축과를 거쳐 로마국립대학 ‘라사피엔자’ 건축과를 졸업하고(논문: 베네치아의 알세날레 문화시설 계획연구- 부주제: 음악, 움직임 그리고 건축), 동대학에서 ‘생태건축과 환경을 위한 지속적인 테크놀로지’ 로마스터Ⅱ 레벨과정을 마쳤다. 로마시 도시계획과에서 토르트 레테스테지역의 재정립과 생태건축의 적용을 연구한 바 있으며, 한양대와 고려대에서 강의했다. 실무를 거친 후, 현재는 로마국립대학 ‘라사피엔자’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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