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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내음 풍기는 공간(空間)

2010-12-13


공간 안에서 나무내음이 풍긴다. 묵직한 나무의 숨결과 책 냄새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냄새다. 건축 및 예술 전문저널인 월간 <공간(space)> 은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옥에 서점 ‘공간서가’와 새롭게 단장한 ‘공간한옥’을 열었다. 故 김수근 선생부터 시작된 ‘공간’의 50주년을 기념하여 오픈한 이 곳의 전체 가구 디자인과 제작은 내촌목공소의 목수 이정섭이 맡아 우리에게 책과 나무가 어우러진 안락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에디터 | 최동은( dechoi@jungle.co.kr)

대한민국의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대표작인 공간사옥은 1971년 완공된 이래 설계사무소 본연의 역할과 함께 한국 최초의 소극장, 커피숍 등의 문화공간으로 개방되어 쓰여왔다.
12월 10일에 오후에 있었던 공간서가와 공간한옥의 오프닝 행사는 공간사옥의 주요 공간을 답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공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공간화랑에서는 고원석 큐레이터의 전 설명과, 공간사옥 내의 소극장인 공간사랑에서 공간과 내촌목공소를 소개하는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다.


내촌목공소에 대한 소개는 공동 운영자인 김민식씨가 맡았다. 그에 의하면 내촌목공소는 참나무, 물푸레나무, 호두나무, 벗나무, 단풍나무 등의 활엽수, 특히 미국산 나무를 수입해 사용한다. 굳이 미국산 나무를 수입해 쓰는 이유는 경제적이기도 하고, 활엽수를 제대로 건조시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가 커서 국산 나무로는 만들 수 없는 규모 있는 가구들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무를 건조하는 방식을 나누자면 강제건조, 자연건조, 태우기 등이 있는데 내촌목공소는 그 중에서도 강제건조 한 후 자연건조 시키는 가장 튼튼하고 실용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유일하게 집에 둔 의자로 유명해진 죠지 나카지마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구들이 공간책방 1호점인 공간서가(空間書家)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공간한옥(空間韓屋)에 있다. 건축, 도시, 디자인 관련 도서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곳에 놓여진 가구들은 모두 내촌목공소의 이정섭 목수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들이다. 깔끔하게 재단된 나무의 결이 느껴지는 가구들은 책들을 한결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월간 <공간> 지 이주연 편집장은 자신들은 모든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끝난 서가에 책만 꽂았을 뿐이라며 공간서가와 한옥의 오픈을 모두 내촌목공소의 덕으로 돌렸다. 하지만 서가의 위쪽부터 차례로 꽂혀 있는 44년 역사의 <공간> 지도 공간서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역사의 깊이 없이 이런 편안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어진 행사에서는 내촌목공소의 생활가구 3점이 ‘조용한 경매’(Silent Auction: 서면입찰 경매)에 부쳐졌다. 경매의 수익금은 공간그룹의 지역 사회의 주거환경 개선 봉사 사업인 ‘희망의 보금자리’ 사업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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