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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세상을 만드는 자연인, 미음(MIUM) 김경수 소장

2007-05-29


기역, 니은, 디귿, 리을, 그리고 미음. 한글 자음 미음의 김경수 소장은 가지를 뻗고 잎을 피워 어느덧 큰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느릿한 말투, 바쁜 와중에도 느긋하게 사람을 대하는 여유를 가진 사람, 김경수 소장이 이번에는 달콤한 초콜릿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는데, 그 달콤한 공간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의 공간을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편안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뉴에이지가 아닐까. 귀에 거슬리는 부분 없는, 부드러운 연주곡처럼 편하고 따뜻한 음악 같은 공간.
달콤한 비가 내리는 날, 아직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따끈따끈, 달콤한 초콜릿 세계 ‘dear chocolate’을 소개하고자 김경수 소장을 만나보았다.

취재 | 권연화 기자 (yhkwon@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미음 김경수. 처음 미음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왜 환자들이 먹는 그 미음(米飮)이 떠올랐을까? 여기서 미음은 한글 자음 ‘ㅁ’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기도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도시 속 정형화된 공간에서 획일화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체하지 않게 조금씩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으니, 미음(米飮) 또한 의미가 있으리라. 열린 공간 ‘ㅁ’에서 미음(美音)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미음(米飮)같은 곳. 김경수 소장이 직접 지었다는 회사 이름 ‘미음’부터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
회사 로고이기도 한 ‘ㅁ’은 10.8㎜로 108번 번뇌한 것까진 아니지만, 108번은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다.


미음은 크리에이티브 & 퍼포밍 아트(Creative & Performing Art) 그룹이다. 엄밀히 따지면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는 아니다. 회사 이름이 곧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브랜드 미음은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시도, 새로운 디자인, 더 좋은 문화를 위해 일하는 곳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미음의 작업들은 새롭고도 편안하다.
모든 것이 열려있고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미음의 작업들을 들여다보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미음 김경수 소장은 전어소시에이츠와 소리연 갤러리에서 벌써 많은 작품활동을 해왔었다. 그는 전어소시에이츠에서 기획실장으로 일을 하다, 갤러리 사업이 하고 싶어 ‘갤러리 소리연’이라는 회사를 차려 나왔다. 전어소시에이츠에서 기획과 실무를 배웠다면, 홀로 독립한 갤러리 소리연에서는 세상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인생경험을 했다.
이 값진 경험들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 그는 공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사람이 없으면 살아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김경수 소장은 항상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영업활동도 하지 않는다. 일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사람을 통해 일을 얻는다. 신뢰와 교감이 없이는 일이 안되고, 일을 해도 재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 클라이언트는 그저 작품 의뢰인이 아닌, 스승이고 친구인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자연에서 얻는다고 말한다. 산을 정말 좋아해서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산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말하며 산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예전 ‘소리연 갤러리’라는 이름도 산에서 지었다고 한다. 개심사에서 마애삼존불 올라가는 돌다리에서 생각해냈다며, 정확한 위치까지 기억한다. “겨울에 산에 올랐는데 물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 겨울에 눈이 내려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어느 음악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였습니다.” 소리연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다.
이런 네이밍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 모든 것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이 최고의 디자인이죠.” 라는 그의 말처럼 자연은 가장 경이로운 디자인일 것이다. 인위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작업이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저 자연을 닮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그는 계속해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공간만을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세상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도 누차 말해왔듯, 그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매뉴얼은 공간에 맞춰져야 한다. 똑 같은 공간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도 백 개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미음이 추구하는 바를 알 듯 하다.
“한강을 달라. 다리부터 물, 섬, 그 안의 길, 문화 이 모든 것을 디자인 해보이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한강을 달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도 있다. 자신감이 있기에 배포도 크다. 그의 모든 작업 자료들은 아키데이타(http://www.archidata.co.kr) 사이트에 오픈되어있다. 도면을 비롯한 파일, 현장사진, 이미지, 스케치 등의 모든 자료들을 공유해놓았다고.
“자꾸 공유해야 발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끌어안고 있는다고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같이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하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성을 갖고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더 큰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 그가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에 처음 만들어지는 초콜릿 모델샵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단순히 초콜릿을 팔고 먹는 곳이 아닌, 초콜릿을 소재로 컵을 비롯한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BI작업은 엠브레드의 이찬호 실장이, 제품개발과 프로덕트 디자인은 세컨호텔의 박소영 실장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해 전체적인 디자인은 미음의 김경수 실장이 맡았다. 실력 있고, 마음 맞는 지인들이 뭉치니 산으로 가는 배도 들어 다시 항해하게 만들 것만 같다.
청담동의 골목에 위치하여 자칫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만한 어려운 사이트였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치물로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동선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단 차이를 두어 작지만 알찬 공간, 하늘을 바라보고 조용히 흐르는 물 소리도 들을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운치 있는 공간이 될 ‘dear chocolate’.
미음 김경수 소장은 지금 그 어떤 러브레터보다도 정성을 기울여 ‘dear chocolate’에게 달콤한 편지를 쓰고 있다. 이 달콤한 세상이 완성돼 사람들로 북적거릴 상상을 해본다.

지금 그의 머릿속엔 수많은 공간들이 춤을 추고 있다. 요즘 그가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는 곳은 초콜릿 미술관이다. 1층에는 아트샵과 초콜릿을 먹고 마실 수 있는 야외 카페테리아, 2층에는 전시관과 영상 상영, 그리고 초콜릿이나 쿠키 메이킹을 배울 수 있는 교육적인 공간으로. 그 외에도 디자인 작품을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까지 연결시킬 계획이라고.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 떠오르며, 김경수 소장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만 같다. 그가 이런 미술관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데 있어, 소리연 갤러리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소리연 갤러리에서 남양유업이나 롯데삼강과 같은 기업들의 문화공간, 그리고 투어코스를 디자인하면서 익힌 노하우를 기반으로 만들고 있는 초콜릿 미술관. 재미있는 컨셉과 김경수 소장의 노하우로 만들어질 이곳이 더욱 기다려진다.

이런 작업들 외에도 주택, 호텔, 콘도, 오피스 등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고, 디자인 상품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종일 앉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이 많은 프로젝트 더미 속에서도 그는 언젠가 호텔을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 한옥으로 지어진 우리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우리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도자기를 비롯한 우리의 소품들로 갖춰진 100-200실 규모의 편안한 호텔. 열정이 있으니, 꿈으로 그치지 않고 언젠가는 꼭 이뤄낼 것만 같다.

사람이 숨쉬는, 살아있는 공간과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 김경수. 그의 끊임없는 도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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