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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함’을 지향하는 서울숲 골목길

팝사인 | 2015-04-22


오래전 홍대와 삼청동부터 시작했던 거리문화에 대한 인기는 현재 가로수길, 경리단길, 우사단길 등 많은 거리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거리들을 걷다보면 빼곡히 줄지은 이색상점과 더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의 무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소자본 상권은 점점 줄어든다. 한때 뚜렷한 정체성으로 거리발전에 일조한 소자본 상점들은 치솟은 땅값에 치이고 막대한 자본의 프랜차이즈에 밀려 사라져 간다. 그렇다면 치열한 현실 속 그들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지금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골목길.

기사제공 | 팝사인
 

서울숲과 편리한 교통요건을 가진 성수동으로 젊은이들 모여

서울시 성수동은 2005년 조성된 서울숲과 뚝섬역, 성수역, 서울숲역 3개의 지하철 노선을 품고 있는 숨겨진 상권이다. 이곳은 과거 산업화 영향으로 형성된 공장단지와 주택가가 중랑천과 맞닿으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재밌게도 이 묘한 분위기에 이끌린 건 창업할 공간을 찾는 젊은이들이었다. 낯선 매력에 젊은이들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성수동의 매력에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지금 서울숲 골목길은 성수동 만큼이나 낯선 매력의 상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낯선 거리, 낯선 상점, 낯선 간판. 현재도 오픈준비로 한창인 상점들로 서울숲 골목길은 분주하다.

원색으로 작고 심플하게 간판을 꾸미다

서울숲 골목길에 위치한 매장 간판의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간판의 소형화, 둘은 원색의 조화, 셋은 입간판·돌출간판의 적극적 활용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세 가지는 모두 심플함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숲 골목길의 상권은 대부분 젊은이들이 운영한다. 디자인 소품샵 ‘우드유라이크’를 제외하곤 20·30대 젊은 사장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는 늘 그렇듯 기존의 것과의 차별성이다. 커다랗고 화려한 네온간판보단 자신의 개성을 담은 유니크한 간판을 지향한다. 정확히 ‘크고 화려함’의 정반대 지점, ‘작고 심플함’이다. 이 지향점의 결과물이 현재 서울숲 골목길의 간판이다.

‘쁘렌디’와 ‘키친 로딩’, ‘우드유라이크‘의 간판을 보자. 각각 블루와 레드, 옐로우 세 가지 원색을 무채색과 대비시켜 원색의 선명함을 그대로 담아냈다. 이 세 간판의 폰트는 모두 원색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화이트고, 크기 또한 심플함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다.

이 세 간판에서 색 대비에 더 주안점을 둔 상점이 ‘소녀방앗간’이고, 간판 소형화에 더 주안점을 둔 상점이 ‘디웰 살롱’이다. ‘소녀방앗간’은 아예 블랙앤화이트로 색 대비의 가장 대표적인 선택을 했다. 블랙의 커다란 여백을 두고 화이트 폰트에 하나의 조명만을 둔 ‘소녀방앗간’의 간판은 심플함의 정석을 보여준다. 한편, ‘디웰 살롱’은 간판을 소형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간판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마지노선인듯한 ‘디웰 살롱’의 간판은 벽돌로 꾸며진 파사드에 아주 작은 돌출간판 하나만이 부착되어 있다. 커다란 파사드에 소형 돌출간판이 다소 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1%를 위한 살롱을 자처하는 ‘디웰살롱’인 만큼 정체성은 확실히 표현되어 있다.

간판은 디자인적 측면 이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적 측면을 갖고 있다. 작게는 상점의 이름을 나타내고 크게는 상점의 종류부터 그 상점이 어떤 물건을 다루고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간판을 심플하게, 심지어 최소화해서 만들 경우 간판이 제공하는 기능적 측면은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서울숲 골목길의 상점들은 자연스럽게 입간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플함은 추구하되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젊은이들이 간판을 소형화시키고 전하고 싶은 정보는 입간판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간판을 최소화할 경우 입간판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서울숲 골목길의 모든 상점이 이러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심플함을 지향해 모두가 간판을 원색으로 대비시키고 간판의 크기를 줄인다면, 지역 상권의 일관성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역으로 집단성에 개성이 상실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로 봤을 때 서울숲 골목길은 어느 정도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에 맞춰 조정한 상점들도 보인다. 이러한 조화가 서울숲 골목길의 개성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확장하고 있는 서울숲 상권, 봄·여름이 기대돼

추운 날씨엔 방문객이 적은 서울숲의 영향으로 겨울엔 비교적 한산한 서울숲 골목길은 현재봄·여름을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마을 공터 곳곳엔 새로 단장할 가게가 들어서고 있고, 들어 서 있는 상점 역시 더 많은 방문객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 고민에 한창이다. 수제버거 매장으로 서울숲 골목길 상권의 시발점이 된 ‘얼레이버거’의 사장 구민서 씨는 “상권이 형성된 이후 조금씩 확장해 마을 상권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상권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상점주인들이 모여 ‘서울숲 청년상회’라는 모임을 만들며 간단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지금처럼 꾸준히 서울숲 상권이 발전해 개성 있고 다양한 상점들로 거리가 가득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드유라이크’의 사장이자 오랜 성수동 주민인 박정목 씨는 “지금은 겨울이라 조금 한적하지만 날이 따듯해지면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온다”며 “현재 디자인에 역량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입점해 있고, 앞으로도 입점할 매장이 늘고 있어서 봄·여름이 되면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숲 골목길은 발전 중이다. 지금도 자리를 잡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점이 많지만, 이제 막 오픈을 맞이한 상점도, 올 봄·여름에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상점도 많다. 그리고 그 와중에 조금씩 임대료는 올라가고 권리금이 생겼다. 박정목 씨는 서울숲 상권은 이제 시작이라 말하면서도 임대료가 올라가면 별다른 도리가 없지 않겠냐며 염려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직은 기우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임대료를 높이는 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상권을 보호해야하고 그래야만 간판의 다양화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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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Sign, Lighting Design 전문 매거진 월간 <팝사인> 은 국내 최초의 옥외 광고 전문지로, 국내 사인 산업의 발전과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영문판 잡지인 발간을 통해 국내 주요 소식을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으며, 해외 매체사와의 업무제휴 들을 통한 국내 업체의 해외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등 해외 수출 마케팅 지원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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