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1
크낙새, 팔색조, 삼광조, 새끼황제펭귄, 긴점박이올빼미… 이렇게 고운 이름을 가진 동물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사람이라면 ‘멸종 위기의 새’ 시리즈에 눈길이 갈 것이다. 유독 ‘환경 감수성’이 예민한 페니캔디의 디자이너 박민지는 안타까운 사라짐을 디자인으로 기록하고 있다.
에디터 Ⅰ 이지영(jylee@jungle.co.kr)
페니캔디는 1페니(약 30원 정도)짜리 알사탕처럼 애틋한 기억, 안타까운 사라짐을 기록하고 알리고픈 디자이너의 마음이 담긴 브랜드 명이다. 산, 강, 나무, 새, 동물 등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 감수성’이 예민했던 디자이너 박민지는 자연뿐 아니라 문화에 이르기까지 안타까운 사라짐을 디자인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기록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리고 전달하려는 목적도 뚜렷해 페니캔디를 ‘Informative Brand’, 즉 정보전달 브랜드라고 소개하는 눈빛이 자못 진지하다.
디자이너 박민지는 순수회화를 공부했고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후에 프랑스로 떠나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유학 시절에도 ‘한 송이 꽃을 위한 꽃병’ 등 자연에 대한 관심이 묻어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았던 그녀는 결국 중간에 돌아와 계속 작업을 하던 끝에 홍대 프리마켓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자연을 소재로 작업을 했는데, ‘멸종 위기의 새’에 대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던 중 에코파티메아리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작품을 보고 도움을 주셨죠. 일정 비율 이상이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야 판매가 가능했기에 그 때부터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 기법 등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제품에 접목을 시켰어요. 현수막 재활용이 가능하겠다 싶어 인쇄 기법도 공부해가며 맞춤 제작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현재는 에코파티메아리에서 수거한 자투리 현수막을 기증받아 ‘멸종 위기의 새’를 제작한다. 현수막 뒷면을 활용해 새 이름과 영문명, 학명을 인쇄한 제품의 뒷면이 눈에 띄는데 이를 통해 정보전달 브랜드라는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단지 예쁘고 친환경적이기만 한 제품은 아니라는 말씀. 열쇠고리, 핸드폰 장식 등으로 제작된 제품을 쓰면 쓸수록 색상이 더욱 선명해 지는 것도 디자인 콘셉트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멸종 위기의 새’의 제작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수거한 폐 현수막의 세탁에서부터 디자인, 출력, 인쇄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디자이너 박민지 혼자서 해내고 있다. “제작에 필요한 기계도 스스로 장만했어요. 또 보통 현수막에는 쓰이지 않는 기법인 ‘승화전사’라는 공정을 통해 생산하고 있죠. 당연히 친환경 잉크를 사용하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고요.” 늘어나는 수요 때문에 얼마 전부터는 광고를 내 재봉 부분만 담당해 주는 2명의 가정 주부 재택 근무자를 구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굳이 꼽자면 ‘삼광조’인데, 컬러나 정면에서 본 형태, 비대칭에서 오는 조형미가 생각한 것과 같이 잘 나와 디자이너로서 뿌듯하다고. ‘멸종 위기의 새’는 캐릭터 상품인데다 의미도 좋은 작업이다 보니 관심도 높았고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아직도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비싸다’는 편견에 치우쳐 있는 것도 느낀다. “작년 즈음부터는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아주 높아졌어요. 물론 그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러한 디자인과 디자이너, 브랜드도 많이 나오고 또 사라졌지요. 아무래도 수익 면에서는 그리 녹록하지 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이고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 중에서 굳이 새를 택한 것은 현재 그 인식 정도가 가장 낮을뿐더러 어느 것보다도 가장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물론 곰, 원숭이 등을 포함한 포유류와 나아가 어류까지 더해 이 프로젝트를 시리즈로 점점 키워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한글’과 관련한 작업, 또 추억 속의 ‘빨강 돼지 저금통’으로 저축의 중요성을 알리는 작업 등 사라지는 문화도 소재로 삼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현재 그녀는 홍대에 위치한 카페 ‘클락와이즈’에서 첫 번째 전시 중인데, 갤러리 등 다른 공간 보다도 편안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고 소통의 기회가 많아 좋다는 소감을 전한다. 곧 다른 카페에서도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며, 릴레이 전시 이후에도 꾸준히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스스로 ‘그린 디자인 브랜드’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기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은 현재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라면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는 당연한 조건”이라고 말하는 박민지. 그녀는 일상 생활에서 소비를 통해 생길 수 밖에 없는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고 활용할 줄 아는 모두가 진정한 재활용품 작가라고 말한다. 단지 환경을 고려했다는 점만으로는 어필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예쁜 디자인과 실용성 및 합리적인 가격, 더불어 소중한 가치를 담아낸 페니캔디와 디자이너 박민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
페니캔디의 제품과 작업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블로그(blog.naver.com/pennycandy)에서는 전시 관람 소감을 남기면 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