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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삼성생명 - 보장자산, 쓴 만큼 다시 채워 드립니다

2008-04-15


글 | 임병호

1992년부터 임병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광고 사진가. 삼성전자, SK텔레콤, 스카이, KTF, CJ 등 대기업들의 광고 사진을 촬영해 왔으며 홈페이지(www.limphoto.com)에서 그간 연재되었던 광고 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광고주 삼성생명 대행사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유종희 AE 홍승민
아트디렉터 박병국 카피라이터 채선화
컴퓨터 아트워크 박준범(아이디)
사용장비 UJI GX680 180mm, PHASEONE P25 디지털백, C1Pro, broncolor Grafit A4


삼성생명 유니버설리빙케어 종신보험의 지면 광고 촬영입니다. ‘리필’에 초점을 맞춰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1회용 잔에 커피를 따르는 시안으로 결정했습니다.

원래 기획했던 시안은 카메라의 위치가 하이 앵글에서 컵을 내려다보는 것이었지만 커피를 따르고 있는 상황을 잘 표현하기 위해 낮은 카메라 앵글로 촬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렴되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따뜻한 음료는 종이 재질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데, 이럴 경우 불투명한 재질 때문에 커피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신, 아이스 음료의 투명 컵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투명 컵은 로고가 인쇄되어 있기 때문에 촬영에 지장이 있어서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컵에 흰색의 사각형 체크 박스를 스티커로 붙이고 촬영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촬영 당시 사진과 같이 빛을 투과하는 아크릴판을 휘게 하여 오토폴과 C스탠드로 작은 받침대을 만들고, 아크릴판 위에 5cm 정도 높이의 투명 아크릴 조각을 놓은 다음(낮은 앵글이기 때문에 아크릴판 끝이 컵의 하단부를 덜 가리도록) 그 위에 컵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컵과 배경의 적절한 범위를 카메라 파인더를 보고 아크릴판 아래와 뒤쪽에 허니컴 스폿이 장착된 조명 2개를 비춰 가며 자연스러운 톤이 생기도록 조절하였습니다.

세트 전체를 커버하도록 중형 크기의 소프트박스를 탑 위치에서 필 라이트(콘트라스트 조절용, 주로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조명)로 컵의 앞쪽을 밝히고, 컵의 왼쪽 위 45°위치에 허니컴 스폿을 설치했습니다. 컵에 인쇄된 하얀색 체크 박스를 조명하는 동시에 컵 뒤의 작은 반사판을 비추도록 주의 깊게 살피며 조절해 줍니다. 컵 뒤의 작은 반사판은 유리가 아닌 아크릴판 위에 제작된 거울인데, 필요한 크기로 자르고 열을 가하여 휘게한 후 사용합니다. 이것은 오목 거울처럼 빛을 적당히 모아 강하게 비추는 역할을 하며 그 휘어진 정도에 따라 효과가 다릅니다.

이제 커피를 촬영하는 과정입니다. 커피 메이커에 원두를 갈아 넣고 아주 엷은 커피를 내려놓습니다. 묽게 타 놓은 커피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의 보온 열로 인해 농도가 진해지므로 주의 깊게 살피며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해지는 커피의 명도를 노출 부족으로 생각하고 조명의 밝기를 의심해 파워팩의 상태를 점검했지만 이상이 없었습니다. 원인은 커피를 끓일수록 물이 증발해서 색이 탁해지고 이것이 노출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양주나 음료수 등의 투명도는 배경(주로 젖빛 아크릴판)에 만든 하이라이트의 밝기로 조절하지만 밝은 배경과 진한 커피의 노출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배경을 어둡게 하거나 커피를 밝게 하여 둘 모두의 밝기를 디지털 촬영의 표현 가능한 범위 안에 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경우는 컵 뒷면에 반사판을 설치하여 진한 커피의 톤을 조절하여 노출을 맞추었습니다. 또한 촬영에 있어서 컵의 1/3 정도 커피를 따라 놓은 상태에서 체크 박스의 가장 윗부분까지 차는 순간에 촬영을 하고 다시 컵을 비운 후 위와 같은 방법을 반복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디지털 장비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새로운 신제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때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려는 분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비들은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지도 못한 채 교체되거나 실제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감당하지 못하여 그 시스템에 부담을 주거나 오히려 불편해지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장비란 대부분 전성기가 짧은 편이여서 너무 앞선 투자는 그만큼의 경제적 부담을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 구입에 있어서 한 템포씩 늦게 좇아가는 것도 하나의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통 광고용의 인쇄 원고를 다루는 곳에서는 50MB 정도 크기의 데이터로 신문 전면 광고는 물론 포스터나 옥외 광고까지 제작합니다. 대략 1600~2000만 화소 정도면 특별한 경우(자동차나 섬유 직물)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쇄에서 원고로 사용하기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단, 같은 화소라면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큰 장비로 촬영한 이미지가 자연스러운 계조 표현에 유리합니다. 크롭 바디 대 풀 프레임 바디의 차이와 같지요.)

DSLR의 성능이 좋아지면서부터 1000만 화소를 넘어가는 장비가 보편화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캐논 EOS-1Ds Mark II로 촬영용 시안을 제작하는 디자이너가 저희 스튜디오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장비의 성능이 사진의 차별화로 이어지던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이제 프로의 길은 사진 그 자체로만 경쟁하는 좁은 길이 되어 갈 것입니다. 지금 사용하는 장비에 신뢰감을 갖고 만족하며 그 성능을 100% 활용하려고 노력한다면 놀라운 성능을 가진 자신만의 똑똑한 장비임을 깨닫고 놀라게 될 것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장비에 치우친 우리의 관심과 열정…. 이제는 그 열정을 사진, 그 자체에 쏟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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