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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음악은 방울방울

2008-07-22


광고주 삼성전자 대행사 제일기획 아트바이어 박안섭 컴퓨터아트워크 샐러드 사용장비 FUJI GX680 135mm, PHASEONE P25 디지털백 C1Pro, Speedotron 4804, broncolor Grafit A4

삼성 MP3 플레이어 ‘S3’의 지면 광고 촬영입니다.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촬영될 경우에는 제품에 대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광고주의 엄격한 보안과 통제가 이루어집니다. 스튜디오뿐 아니라 제품을 다루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특별한 주의와 서면 각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품의 유출을 막기 위해 촬영 시간을 넉넉하게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S3 디자인의 컨셉은 물방울입니다. 제품을 켜고 끌 때의 화면, 또는 화면 보호기나 각 메뉴 아이콘 등의 시각 요소들과 효과음까지 모든 것이 물방울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크래들(제품 거치대)은 충전과 함께 밑 부분에 도킹 스피커 기능을 결합시킨 물방울 모양의 디자인입니다.



이번 광고의 컨셉도 물방울입니다. 크래들 위에 장착된 S3를 잘 보여 주면서 동시에 크래들에 장착된 스피커 기능을 강조하여 스피커 구멍들에서 퍼져 나오는 사운드를 뽀글뽀글 올라오는 물방울처럼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실감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탄산수 속에 담그고 촬영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광고주의 제품 사랑(?)에 밀려 물방울은 컴퓨터 합성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번 촬영의 포인트는 카메라 앵글이었습니다. 스피커 구멍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앵글을 낮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면 메인 제품이 크래들에 가려진다는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면 눈높이의 카메라 앵글을 유지한 채 반사가 되는 바닥재를 이용하여 제품 바닥을 투영시켜 스피커 구멍을 한 번 더 보여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강조하였습니다.

하얀 광택의 제품을 촬영할 때는 반드시 ‘흰색 범위 안에서의 다양한 톤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제품 전체가 모두 디테일(질감)이 없는 밝은 흰색이 되면 안 됩니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촬영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반대로 전체가 어중간하게 회색으로 나온다면 흰색 제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되어 또한 문제가 됩니다. 작은 제품일수록 톤의 변화를 표현할 절대적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크기에 관계없이 전체의 톤을 영역별(밝은 부분, 중간 부분, 어두운 부분)로 나누어 주의 깊게 관찰하여 조명의 계획을 세운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빛을 투과시키는 우윳빛 아크릴판(안쪽은 무광, 두께 1mm, 크기 약 40×80cm)을 둥글게 휘어 포장용 투명 테이프로 고정한 뒤, 제품 전체를 여유 있게 덮어씌웁니다. 허니컴 스폿을 아크릴 돔의 상•좌•우 3곳에 설치하고 스트로보의 광량을 똑같이 맞춥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 위치에서 제품 톤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허니컴 스폿의 위치와 거리, 조사 각도를 조절합니다.

3개의 허니컴 스폿(20~30도)은 모두 동일한 광량으로 설정하고, 노출 차이는 조명 거리와 각도 조절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합니다. 제품의 좌우 모서리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비대칭으로 만들어 주되 가장 밝은 부분은 디테일이 없는(색 정보 250~255) 톤까지 밝게 표현해도 좋습니다. 이때 제품의 작은 면들에서도 밝기의 변화가 느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배경과 바닥은 우윳빛 아크릴판을 휘어 경계면이 생기지 않도록 설치하고 아쿠아 에메랄드 느낌의 합성용 이미지와 어우러지도록 비슷한 색의 후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선명한 사진을 얻기 위해 무조건 조리개를 조여 준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조리개를 지나치게 조일 경우 일반적으로 빛의 회절 현상이 일어나 오히려 상이 흐려집니다.

테스트를 통해 심도가 깊으면서 가장 선명한 조리개 값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최소 조리개 값이 f45나 f64 정도 되는 렌즈에서는 적정 값이 f16이나 f22 정도일 경우가 많으며, 35mm DSLR 카메라용 렌즈의 경우에도 f5.6과 f8 사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처럼 작은 제품을 근접 촬영할 경우 제품 전체를 선명하게 찍기 힘든 상황이 생기는데 이때는 최대한 메인 제품에 가까운 많은 영역을 선명하게 촬영한 뒤, 초점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따로 찍어서 합성용 이미지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요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늘 가지고 다니지만 장비를 선택할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35~70mm 줌 렌즈로도 불편한 줄 몰랐는데 이제는 24~70mm 렌즈로도 아쉽습니다. 망원도 조금 아쉽고 광각도 조금만 더 넓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필름 몇 장 남았지?, 모자라면 어쩌나?’하며 마음을 졸였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몇 백 장씩 무한 리필(?)이 되는 상황 속에서도 더 빠른 배속의 고용량 메모리 카드를 원하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용 대형 카메라에 기관총 다리(구형 짓조 삼각대) 같은 삼각대를 메고 대청봉과 백록담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었는데, 요즘은 작고 가벼운 카본 삼각대를 만지작거리며 ‘가져갈까, 놓고 갈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편리한 사진 도구들이 개발될 것이고 우리는 그것들을 누리게 될 것 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가지고, 누리는 것들에 대한 감사와 자족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한 그것들로 인해 만족하는 시간은 짧을 것이고 소중한 우리의 에너지만 낭비할 것입니다. 사진가는 편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여 똑같은 에너지와 변함없는 열정으로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는 반면, 도구의 편리함에 젖어 예민한 감각과 열정마저도 조금씩 무뎌지면서 장비 앞에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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