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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은 왜 35살 미만의 작가 작품만 컬렉션 할까?

2013-01-16


혹자는 예술가란 직업이 아닌 소명이라 한다. 돈벌이가 아니라 성직자의 미션과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물성이 아닌 영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다수 예술가는 돈 걱정을 하며 살아가지만,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이라면, 그것이 결정적인 근심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진심 어린 작업이 하루빨리 거대한 정신세계와 조우하고픈 갈증은 육적 허기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세속적인 언어로 ‘명예’라 부른다. 그래서 아트페어에서 많이 팔리는 작가의 반짝 소문보다는 끊임없는 비엔날레 초청과 미술관 개인전의 완숙함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래오래 질투와 도전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실력 있는 젊은 작가에게 미술관 컬렉션이라는 ‘명예’는 먼 이야기일까? 어쩌면 기회는 바로 옆에 와있을지 모른다.

글│강철 (서울 포토 디렉터)
자료 제공│기요사토미술관
기사 제공│월간사진

검증 안된 혈기왕성을 소장하는 이유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미술관 컬렉션 시스템이다. 만 35살 미만 작가들의 사진작품만을, 그것도 단순한 포트폴리오 심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영구 소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계속 쌓이면 전시를 연다.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측의 설명은 간단하고 자비롭다. 20대 예술가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미술관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작가로 크게 성장해서 돌이켜 보면 20대 시절 작품의 참신함과 강렬함을 스스로 보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술관이 그 젊음을 함께 응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한 작가가 36살 이후에 작업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소위 유명세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또 검증되지 않은 작품을 계속 소장하는 미술관으로서는 무모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의 ‘영(Young) 포트폴리오 컬렉션’은 ‘작품성’으로만 심사하여 소장하는 매우 이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뿐일까? 현재 미술관에 많은 작품이 소장된 작가 가운데는 세계적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히는 작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애당초 자신 있는 안목을 믿고 보내는 응원이자 ‘투자’인 셈이다.

비상장 주식에 대한 ‘응원과 투자’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은 도쿄도 사진미술관이 설립되던 해와 같은 1995년에 설립되었다. 미술관 컬렉션의 성공 여부는 30년 정도가 지난 2025년은 되어야 알 수 있다. 만약 미술관 소장 작가들이 먼 훗날 50~60대에 세계적 거장이 되어 이들이 20대에 작업한 작품으로만 구성된 전시를 연다면, 세계적으로도 매우 큰 희소가치를 지닌 전시와 컬렉션이 될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 많은 미술관들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미술관 컬렉션으로는 부족해서 다른 미술관이나 개인 소장자, 상업 화랑 등 여기저기서 작품을 빌려오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게 해서 막상 대단한 전시를 만들어도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왜냐하면 ‘전성기 나이에 작업한 전성기 작품을 집대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적인 미술관에 가서 거장전을 보고, 다른 미술관에 가서 비슷한 전시를 다시 보게 되면 더이상 감동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장료만 비싸질 뿐 컬렉션의 희소가치는 제자리인 셈이다.

현재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이 가장 많은 작품을 소장한 작가는 154점이 소장된 방글라데시의 G.M.B. 아카쉬(G.M.B. Akash, 1977년생)다. 아마도 이 작가가 나이가 더 들고 명성이 쌓이면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지도 모른다. 요컨대, 20~30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컬렉션하여, 향후 그들의 성장과 동시에 미술관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 미술관 컬렉션의 콘셉트이자 핵심 전략이다. 여기서 미술관으로서는 후발주자에 속하는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컬렉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주식에 비유하면, 초우량기업의 황금주(고가의 거장작품)가 아닌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의 비상장 주식(저가의 신인작품)을 사전에 꾸준히 매입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이, 꾸준히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구입가와 적당한 수량으로 매년 소장이 이뤄지고 있다.

기요사토 사진미술관 소장 한국 작가(연도순)

1995년 없음

1996년 없음

1997년 없음

1998년 정보경(JUNG Bokyoung), 김영민(KIM Youngmin), 박은순(PARK Eunsoon)

1999년 백정현(BAEK Junghyean), 방병상(BANG Byeongsang), 이만재(E Manjae), 한승탁(HAN Seungtak), 정강(JUNG Kang), 김현영(KIM Hyunyoung), 오세철(OH Sechul)

2000년 방병상(BANG Byeongsang), 한성필(HAN Sungpil), 임지원(IM Jiwon), 강봉조(KANG Bongjo), 김준수(KIM Joonsoo), 권은주(KWAN Eunju), 서인숙(SEO Insook)

2001년 방병상(BANG Byeongsang), 이만재(E Manjae), 정강(JUNG Kang), 김준수(KIM Joonsoo), 김민혁(KIM Minhyuk), 김성수(KIM Sungsoo), 이혁(LEE Hyuk), 이소연(LEE Soyun)

2002년 방병상(BANG Byeongsang), 이만재(E Manjae), 한성필(HAN Sungpil), 임지원(IM Jiwon), 강봉조(KANG Bongjo), 김수명(KIM Sumyung), 이소연(LEE Soyun), 나현철(NA Hyunchul), 박주은(PARK Jooeun), 신정용(SHIN Jeongyong)

2003년 방병상(BANG Byeongsang), 홍기복(HONG Kibok), 전민수(JUN Minsoo), 이지연(LEE Jiyoen), 이종진(LEE Jongjin), 파야(PAYA)

2004년 방병상(BANG Byeongsang), 임지원(IM Jiwon), 전민수(JUN Minsoo), 이선애(LEE Sunae), 파야(PAYA), 신은경(SHIN Eunkyung)

2005년 방병상(BANG Byeongsang), 한성필(HAN Sungpil), 홍경미(HONG Kyungmi), 홍성룡(HONG Sungryong), 전민수(JUN Minsoo), 이미라(LEE Mira)

2006년 한성필(HAN Sungpil), 전민수(JUN Minsoo), 파야(PAYA), 신은경(SHIN Eunkyung)

2007년 한성필(HAN Sungpil), 홍성룡(HONG Sungryong), 김범석(KIM Bumseok), 이동욱(LEE Dongwook), 이명호(LEE Myoungho), 이원철(LEE Wonchul), 신정용(SHIN Jeongyong)

2008년 전민수(JUN Minsoo), 오석근(OH Sukkuhn)

2009년 없음

2010년 조일권(JO Ilkwon), 이지영(LEE Jeeyoung), 이원철(LEE Wonchul)

2011년 이준용(LEE Juneyong)

기요사토 사진미술관 소장 한국 작가(최다순)

1. 방병상(BANG Byeongsang) 30prints

2. 전민수(JUN Minsoo) 24prints

3. 임지원(IM Jiwon) 19prints

4. 한성필(HAN Sungpil) 18prints

5. 이만재(E Manjae) 15prints

6. 파야(PAYA) 15prints

* 참고(최다 소장 작가) : G.M.B. 아카쉬(G.M.B. Akash, 방글라데시, 1977년생) 154prints

호소에 에이코의 참신하고 일관된 컬렉션
2011년,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은 영 포트폴리오 컬렉션으로 178점을 소장했다. 젊은 작가라도 작품 값이 각각일 텐데, 어떤 가격으로 구입할까? 미술관은 소장가를 정해놓고 있다. 1점당 3만~10만엔(원화 42~140만원, 2012년 10월 환율 적용)이다. 통상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절반가에 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기 때문에 판매가는 대략 6만~20만엔(원화 84~280만원)인 작품들이다. 소장하는 프린트 수는 작가에 따라 다르다. 많으면 한해에 20점, 적게는 2~3점이다. 한 작가당 평균 7점 정도를 구입한다. 따라서 작가당 평균 700~8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하는 셈이다. 만약 20살부터 35살까지 매년 지원해서 매년 소장된다고 가정하면, 16년 동안 소장될 수 있다. 전년도에 소장되었다고 해서 누락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계속 소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모전이나 지원제도의 수상 여부와도 무관하다. 쉽게 말해, 작품이 좋으면 미술관은 계속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의 중심에는 일본 사진의 거장 호소에 에이코(細江 英公)가 있다. 그는 1995년 미술관 개관 이래 관장을 맡아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기발하고 공정하고 흥미로운 미술관 컬렉션 문화를 창조했다. 컬렉션의 심사위원은 호소에 에이코 관장을 비롯해 매년 2명의 일본 사진가가 맡으며, 심사위원 3명이 만장일치로 합의할 때 컬렉션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일본인 심사위원으로만 구성되어 일본 사진가에게 유리한 것이 아닐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며 오히려 해외 작가에게 유리하다. 왜냐하면 지원자 중에는 일본 작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컬렉션 비중은 일본과 해외 작가의 비중이 거의 반반이기 때문이다. 기요사토 영 포트폴리오 컬렉션은 이미 일본 내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이며,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은 일본 안에 갇혀있지 않고, 세계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지난 9월,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에서 큐레이터 미팅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막 떠오르는 20대 작가들에게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의 컬렉션에 관해 물어봤다. 잘 모른다는 한결같은 대답에 이어 ‘세상에 대학생의 작품을 컬렉션 하는 미술관이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지난해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의 영 포트폴리오 컬렉션에 지원한 한국 작가는 전체 지원자 310명 중 5명에 불과했다. 방글라데시에선 16명이 지원했다. 35살이 지나면 지원 자격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회는 부지런한 이들에게 유리하다.

든든한 재력보다 더 부러운 세련된 씀씀이
기요사토 미술관의 전체 컬렉션은 3가지 채널이 있다. 생명을 공감하게 하는 작품, 백금 프린트 그리고 35살 미만의 영 포트폴리오 작품이다. 전자의 2개는 특별히 해당사항이 있는 작가와 관련되며,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영 포트폴리오 컬렉션이 한국의 젊은 작가와 가장 밀접하다. 미술관은 영 포트폴리오 컬렉션에만 매년 2~3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비용이지만, 확실한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단단하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참신한 컬렉션으로 미술관의 홍보효과를 얻고 소장 가치의 잠재력도 함께 상승하는 것이다. 기요사토 사진미술관은 불교법인이 설립한 미술관으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처럼 풍부한 경제적 넉넉함(물적 수준)도 부러웠지만, 이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수용되고 구현되어지는 환경(인식 수준)이 빛나 보였다. 사람으로 치면, 똑같은 돈을 쓰더라도 세련되고 적재적소에 쓰는 사람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말이다.


강철은 1972년생으로,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전 디자인하우스 월간 ‘디자인’ 수석기자와 2006년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큐레이터를 지냈고 현재 김달진미술연구소의 편집연구원으로 있다. 또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코엑스가 주최하는 서울포토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fotas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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