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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디카’로 시간과 존재를 느끼다

2011-01-21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순간순간을 기록했다. 친구들과의 모임을 기록하고 멋진 풍경을 기억하고 셀카로 나를 저장하는 그 행위는 한 사람의 시간이자 역사가 된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휴대용 디지털카메라를 대신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소형 디카로 일상을 찍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소형 디카가 지니는 의미는 더 특별하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지만 친절하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진을 즐기지만 그 한계가 좁은데다 ‘사진 좀 한다’고 할 땐 전문스킬을 모두 섭렵하고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하면 즐길 수 있지만 누구나가 쉽게 즐기기는 어려운 사진.
‘사진은 나에게’는 미술평론가이자 작가인 성완경 씨가 사진을 즐기지만 전문적이진 않은 자신의 입장 그대로를 선보이는 전시다.


작가 성완경은 10년 전부터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자신이 찍은 매일 매일의 사진들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해 다시 보고 즐기는 시간들을 가져왔다. 소니 사이버샷으로 시작해 카메라가 망가지고 부서지는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세 번째로 업그레이드된 소니의 같은 기종 DSC-T30을 사용한다. 4년 전부터는 파나소닉의 루믹스 DMC-FT1를 함께 사용하고 있고 지난해 4월에는 캐논 익서스 IXUS 130을 추가로 장만해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 디카들을 번갈아가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많은 사진들을 찍는다. 디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컴퓨터와도 친해졌다. 사진을 보고 날짜별, 주제별로 저장해가며 ACDSee로 사진을 만지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뿐 아니라 신문의 사진과 기사, 인터넷 상의 이미지 등도 작업에 이용한다. 그의 작업 중 아이패드나 컴퓨터 화면 같아 보이는 작품에 눈길이 간다. 화면 위에는 아이콘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노컷뉴스’라는 글씨가 그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캡처한 사진임을 알려준다. 이것은 평소 그가 사진을 사용하고 즐기는 방식을 드러내주는 장치이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사진이 그에게 행동과 시간을 의미한다. 전시의 제목 ‘사진은 나에게’는 이 전시가 작가 자신에게 사진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는 내용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끌리는 부분은 미술을 평가하는 미술평론가인 그가 사진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의 사진을 대하는 방식은 그리 낯설지 않다. 사진학에 대한 강의를 하고 책을 쓰기도 했던 그가 택한 사진의 방식은 예술의 바운더리 그 밖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의 방식과 멀지 않아 보인다. 사진을 통해 우리의 시간과 존재를 느끼는 것. 우리가 삶 안에서 느끼는 사진의 진짜 모습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그의 사진들이 친절하게 느껴진다.
‘사진은 나에게’ 성완경 전, 갤러리 나우, 1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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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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