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8
미래의 요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2월 4일 오후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열린 현대요트 국제 요트 디자인 공모전(Hyundai Yachts Design Awards) 시상식에서는 더없이 멋진 미래의 요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에디터 Ⅰ 이지영(jylee@jungle.co.kr)
현대요트 국제 요트 디자인 공모전은 지난 10월 럭셔리 파워요트 ‘ASAN42’를 선보이며 대한민국 요트사의 획을 그었던 현대요트 디자인센터가 주관한 국내 최초의 국제 요트 디자인 공모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모전의 후원에는 BMW DesignworksUSA, 영국의 세계적인 요트 디자이너 Bill Dixon의 Dixon Yacht, 프랑스의 VPLP와 한국 디자인 진흥원이 참여했다. 지난 9월 22일, 전세계에 포스터를 배포하고 홈페이지를 오픈하며 공식적인 개최를 알린 이번 공모전은 공모전 상금 기준 세계 최대의 규모로 출발한 것이 특징이다. 공모전 주제는 ‘2012 Cosmopolitan Lifestyle Yachts’로 최대 3명이 한 팀으로 참가할 수 있다는 조건 이외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 11월 18일 마감 당시 전세계 19개국에서 총 235작품이 접수된 이번 공모전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작품이 많아 1회 공모전에 대한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는 평이다. 이 중에서 최종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20개의 작품은 특히 ‘스타일리시(stylish)’, ‘에코 프렌들리 테크놀로지(Eco Friendly Technology)’, ‘라이프 스타일드(Life Styled)’라는 공모전의 핵심 키워드를 잘 담아냈다.
12월 4일에 열린 시상식 파티에서는 최종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20작품을 전시하고 초청 심사위원단의 최종 심사를 거쳐 8개 카테고리의 수상자와 함께 대상 수상자를 선발했다. 특히 후원사를 포함하는 세계적 요트 디자이너,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교수, 학생 등 다양한 참석자들의 즉석 투표로 인기상도 뽑았다. 독창성, 심미성, 주제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실용적인 면이 고루 심사의 기준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Pegasus)’라는 작품 명으로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소광혁, 이상언, 김도원에게 미래 요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학생으로 요트 디자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아직 믿기지 않는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한 달간 밤을 지새워가며 재미있게 작업한 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지도해주신 교수님과 응원해준 동기들에게 감사하고 무엇보다 서로 믿으면서 끝까지 함께 이뤄 낸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좋은 기회를 통해 하고 싶었던 디자인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가슴 벅찬 성과를 거두어 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 번 강한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힘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를 활용해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물하고 싶다. 큰 상을 받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여태 모르고 살았던 것이 참 아쉽다. 예전에는 이런 기회가 있어도 도전해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기보다는 상을 받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이번을 일을 계기로 모든 것은 열심히 한 만큼 돌아온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보다는 일단 부딪쳐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학교 게시판에 붙은 공모전 포스터를 보고 참가하게 됐다.
작품에 대해 설명해달라.
작품명인 페가수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 ‘천마’에서 따 온 것으로 유기적이고 변형 가능한 형태의 돛을 가진 요트 디자인의 특징을 반영한 이름이다. 평소에는 선체 외피의 한 부분이지만 필요에 따라 돛의 기능을 함으로써 친환경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 ‘탄소나노튜브(CNT)’라는 소재를 사용해 형태 변형이 자유롭고 강도가 뛰어나다. 돛에 사용된 신소재는 전기자극으로 4배 이상 늘어나기도 하며 필요한 바람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형태를 띄고 있으며 기계적인 느낌보다는 살아있는 요트, 낭만이 있는 요트로 디자인하기 위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한마디로 여유와 낭만, 자연과의 교감에 초점을 맞춘 크루저급 럭셔리 세일링 요트이다.
요트 디자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금까지 해왔던 자동차나 제품과는 달리 워낙 스케일이 크다는 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팀원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디자인을 진행했다. 특히 작품의 핵심인 돛을 풀어나가기가 가장 어려웠다. 새로운 소재를 찾고자 며칠 동안 조사하고 상세한 디자인을 모델링으로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또한 배를 디자인하려면 선실, 흘수선, 돛 등 생각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전반적으로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최대한 현실성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전시 중 작품 설명을 할 때 자신감이 특히 돋보였다.
제출하는 순간까지 며칠 밤을 새며 돛에 어떤 이미지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완성한 순간, “됐다!”는 강한 느낌이 왔다. 팀원 모두가 경상도 바닷가 지방 출신인데다 특히 이상언은 해군에 근무한 경험도 있어 평상시에도 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좋아했다. 아무래도 그러한 관심이 자신감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진행하면서 디자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왔기 때문에 수상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아, 접시에 열 돈짜리 황금돼지가 가득한 좋은 꿈을 꾸기도 했다. (웃음)
앞으로 계획과 포부는.
앞으로 감동을 주는 디자인, 삶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마인드를 더욱 확고히 하는데 힘쓰겠다. 이번 수상을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도약으로 삼고 많이 느끼고, 도전하고, 경험해서 세상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