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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지극히 디자인적인 디자인, 스쿨룩스 교복

2009-03-24

새삼스레 교복 이야기를 꺼내는 건 <가십 걸> 이나 <꽃보다 남자> 의 프레피 룩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서구형 성인 체형을 강조한다던지, 가격 논란 혹은 스타마케팅에 관한 시끄러운 이야기가 나도는 가운데, ‘제약 많은’ 교복 디자인이 과연 매력적일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2004년 스마트-엘리트-아이비클럽 굳건한 3강 구도에 뛰어든 스쿨룩스가 최근 비약적인 성장으로 4강구도 체제로 도약하는 데에는 디자인의 힘이 있었다. 편견을 버리고 나니 많은 조건과 제약들을 역으로 교복 디자인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발상으로 적용시킬 수 있다는 장점들이 보인다. 바로 ‘패션을 꿈꾼다’는 교복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에디터 | 김유진( egkim@jungle.co.kr)

교복은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학교라는 조직의 정체성과 규범을 강조하는데 더 가깝다. 보다 실질적으로는 한 학교를 다니는 3년 내내 입어야 하는 일상 복장이면서,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 학생들에게는 패션일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기존의 교복업체들이 그 흐름을 감지해 조금씩 변화를 모색했다면 2004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스쿨룩스는 아예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날라리 교복’을 표방하며 학생들 편에 섰다. 그러고 보니 스마트, 엘리트, 아이비클럽 등 기존 메이저 3사의 브랜드 네이밍이 ‘공부 잘하는 학생’의 느낌을 풍기는데 반해, 스쿨룩스의 경우는 ‘룩’ 즉, 패션을 강조했다는 점부터 달라 보인다.

규격화된 디자인 내에서 추구하는 기능성과 디테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학생을 위한 ‘코르셋 지퍼’다. 지퍼를 단추 안쪽에 달아 허리를 먼저 잡아주어 단추 사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게다가 자켓 끝단 안에는 얇은 자석을 넣어 라인이 단정하게 떨어진다. 코르셋 지퍼의 원리는 슬림한 핏을 위해 소매에도 적용했다. 남녀 자켓에는 휴대폰 주머니, MP3 등의 줄이 꼬이지 않게 처리한 작은 입술 주머니, 활동 많은 남학생들의 소지품 분실을 우려해 단 뒷주머니 지퍼까지 유용한 디테일들을 잘 살렸다. 아이디어 가득한 디테일만이 전부는 아니다. 은사를 사용한 스판 소재로 고급스러움과 활동성을 살린 자켓 안감은 남녀 각각 체크 패턴과 일러스트 패턴을 주었고, 라벨 컬러도 블랙으로 처리했다. 허리 안쪽 밴드와 주머니의 배색도 신경 썼다. 밖으로 보이지 않아도 그런 세심한 디테일이 매일 입는 학생들에게는 색다르게 와 닿는 것이다. 규격화된 디자인을 따르면서도,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 역시 교복 디자인의 재미로 보인다.

교복이 갖는 특징 중의 하나는 독특한 클라이언트 구조다. 교복을 입는 학생, 실질적인 구매자인 학부모, 그리고 교복이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학교 측까지 각 입장에 맞추어야 한다. “너무 타이트한 자켓이나 짧은 치마 등은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규제를 하죠.” 하지만, 교사나 학부모들도 교복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상품기획실 이은미 실장의 말이다. “새로운 교복 디자인을 제안할 때, 평범한 것보다는 특별한 것을 많이 요구하시더라고요.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가 예쁘게 보이길 원하고, 학교 입장에서는 타학교와 구분되길 바라니까요. 특목고는 고급스러운 느낌, 예고라면 조금 튀더라도 예쁜 디자인을 선호하죠.”

성장기 학생을 위한 친환경 소재와 세분화된 사이즈
스쿨룩스는 학계에서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환자에게 효과적이라고 발표되었던 텐셀 섬유를 셔츠와 블라우스에 사용해 국내 최초로 유럽환경인증마크인 ‘외코텍스 스탠다드100’을 획득하기도 했다. 단추나 실, 태그 등 자재까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야만 인증 받을 수 있는데, 직접 학생들의 피부에 닿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허리가 좌우 1인치씩 늘어나는 슬라이딩 매직 벨트, 일반 의상보다 여윳단을 더 주어 2cm정도의 늘임이 가능한 안감 시접 등은 성장기 학생들을 고려한 부분. 가슴둘레 4~5cm를 사이즈 기준으로 삼는 기성복과 달리 남녀 각각 2~3cm 간격 16개의 사이즈로 세분화한 것도 같은 이유다. 각 사이즈 별로 다른 주머니, 소매, 카라 등의 세부 디자인은 매번 각각 재단하니 과정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디테일한 처리와 마감이 가능한 것은 산학협동으로 진행한 한국청소년체형연구의 결과다. 그 전까지는 성인 체형에 맞춘 틀에 교복을 디자인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20대와 30대도 체형이 다른데 성장이 진행중인 10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새롭게 제작한 바디만 1억이 넘는다. “자켓과 치마 길이, 바지 모양도 매년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다르죠. 유행도 지역별로 다르고요. 같은 디자인 학생복도 베이직, 세미 트렌드, 트렌드로 나눠서 패턴을 새로 짜요.” 이처럼 교복 디자인에는 디테일은 물론 소재, 봉제, 트렌드까지 기성복 이상의 세심함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사소한 기능 하나에 감동하더라구요.”

“신규 학교를 진행할 때는 새로운 디자인을 해볼 수 있으니 재미있죠. 하지만, 교복은 대부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에요. 틀을 깨기도 하고, 기존 기성복의 것들을 도입할 수도 있죠. 편리하거나 실용적인 기능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생각해보면 제품 중에서 교복처럼 소비자가 집중적으로 오랜 시간 사용하는 제품도 드물다. 틀 안에서 최대한의 미학을 찾는 것이 디자인이라고도 하고, 실용성과 미학을 균형있게 고려한 것을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고루하게 여겼던 교복 디자인에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그 제약 안에서 사용자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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