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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에로스, 미술을 탐닉하는 특수기호 ②

2011-03-07


익숙한 형식에 어긋나는 사랑은, 미술 속에서도 억압되고 배제돼 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층위로 발현되고 있다. 아름답기만 한 여자의 몸이나 건장한 근육질 남성의 몸, 혹은 꽃 같이 아름다운 소년과 소녀의 육체로 에로스를 찬미하는 것은 어쩌면 진부하게 여겨질 만큼. 오히려 현대미술은 지금까지 미술이 에로스의 정수라 찬양하던 이상적 형태를 강력하게 거부하며 게이, 장애자, 노동자, 노인, 뚱뚱한 사람 등 소외된 자들, 즉 타자들의 에로스를 도착적이며, 강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글 | 월간 퍼블릭아트 정일주 편집팀장

금지된 에로스를 허하라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주류 혹은 정상이 아니라고 억압하고 배제한 에로스에서 미술의 모티브를 얻는 작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낸 골딘(Nan Goldin),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에르빈 올라프(Erwin Olaf),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z Torres) 등은 동성애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대입한다. 에로스의 대상을 동성으로 드러낸 작품들은 그들도 정상인과 똑같이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고, 성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보여 준다. 또 기존의 사랑이라는 기준에 반기를 들고, 길들여진 에로스에 대한 편견에 냉소한다. 기존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의 작품은 혐오스럽고 거추장스러우며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묘하게도 강력한 에로티시즘을 불러일으킨다.

장애를 가진 신체를 에로틱하게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현대 국립현대미술관 전에 선보이는 아이다 마코토(Makoto Aida)를 비롯하여. 바로 조엘 피터 위트킨(Joel Peter Witkin)이 대표적인 경우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할복하는 모습을 우키요에 풍으로 그려내고, 괴수가 여성의 성기를 침범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던 아이다 마코토는 여성의 신체를 절단해 사육하는 가학적인 시리즈를 완성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일본 여성에게 강요되는 복종, 친절 등의 코드와 남성우월주의적인 측면을 고발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라지만, 수족에 난 깊은 상처에서 아름다운 생명력과 강한 에로티시즘을 느낀다는 특이 성적취향과 교묘하게 오버랩 된다. 실제로 포르노에는 팔다리가 잘린 남녀가 등장하는 주제가 독립된 장르로 정착돼 있다.

현대미술에서 에로스는 예술과 외설, 정상과 비정상의 흑백논리를 파기하고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특정한 형태의 사랑, 대상만을 성스럽게 여기고 그것이 진정한 에로스라 지칭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의 관념을 가격하며 말이다. 현대미술에서 에로스는 더 이상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특수 기호의 역할로 변화한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에로스는 단일한 감정을 전해주지 않으며, 다양하고 다차원적 방식으로 사유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것은 아름다움과 혐오, 공포와 쾌락, 성스러움과 속됨과 같은 경계선상에서 인간을 놀라게 하고, 깨어있도록 탈바꿈하였다. 삶의 본능으로써 에로스가 죽음의 본능으로써 타나토스와 맞붙어 있는 개념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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