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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쓰레기를 그리다

2011-03-22


열심히 쓰레기통을 뒤진다.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 사용된 후 버려진 그 물건들은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찌그러진 맥주 캔, 헐벗은 바비 인형, 다 쓰고 버려진 세제병. 작가 강원제의 캔버스는 이렇게 익숙한 얼굴을 한 채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작가 강원제는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길을 지나가다 뜻밖의 경험을 한다. 이 ‘뜻밖의 경험’은 그를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로 이끌었다. 이미 사용을 다하고 버려진 폐기물들이 모아져 있는 광경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느낌을 접한 후, 그는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기 전,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의 작품을 멀리서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대충 널브러져 있는 것 같은 쓰레기 더미는 사실 미키 마우스, 심슨, 도라에몽 같은 유명 만화 캐릭터들을 그리고 있다. 미키 마우스의 천진한 이미지 뒤에서 이윤 추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월트 디즈니의 탐욕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일까? 하지만 작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그는 흔하디 흔한 사물을 작품의 소재로 택했고, 그런 소재에는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가 어울리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들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은 가까이 봐도 재미있다. 작품을 샅샅이 들여다 보면 쓰레기 더미 속에 가득한 익숙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장난감에서부터 전깃줄, 구겨진 담뱃갑까지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은 여러 사물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다. 작품 속에선 쓰레기에 그려진 브랜드명도 그대로 노출된다. 웬만하면 지울 법도, 가릴 법도 하건만 작가는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그려 실제적인 느낌을 더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관람자들이 작품 속 쓰레기에 시선을 더 집중하게 한다.

이렇게 사물을 모아보고, 또 뿔뿔이 흩어 놓았을 때,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익숙한 사물들의 재배치는 이미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흥미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강원제의 개인전 ‘발칙한 사물들’, 3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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