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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새로운 제도, 다채로운 공공미술을 위해

2012-06-25


「퍼블릭아트」는 지난 6개월에 걸쳐 ‘건축물미술작품제도의 향방’에 대해 살펴봤다. 혁신도시 사업과 맞물린 발전 가능성, 기금을 이용한 해외 공공미술 사례, 국비와 지방비로 이루어지는 국내 사례, 기금을 운영하는 사회적 인식과 활동 등 다각적 측면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예측하고자 했다. ‘건축물미술작품제도(이하 작품제도)’는 지난 해 11월 재정된 만큼, 현재 제도의 시작 부분에 놓여있다. 이에 「퍼블릭아트」는 작가, 기획자, 공무원 등 공공미술 각 분야의 실무자들을 통해 그간 살펴본 건축물미술작품제도가 보다 활발하게 범용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지속 보전해야 할지를 살펴봤다.

글,기획│이정헌 기자
기사제공│ 퍼블릭아트

지난해 11월, 기존 건축물미술장식제도(이하 장식제도)에서 법명에 ‘장식’은 ‘미술’로 뒤바뀌었다. 비록 법명에 지나지 않지만, 이러한 변화부터 공공미술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새 제도는 또 건축비용의 1퍼센트를 들여 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0.7퍼센트를 문예기금(관리 주체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으로 출연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개별 건축물에 한정된 환경조형물에서 ‘공공’을 지향하는, ‘새 장르 공공미술’ 형태로 발현되리란 기대 또한 적지 않다. 작품제도가 그간 장식제도가 가지고 있던 미비점, 단점을 상쇄해줄 만한 기대효과는 적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과, 누구에게나 좋은, 혹은 공평한 예술, 정치, 법이란 존재하기 힘들다는 점은 그간 연재에서도 충분히 살펴본 것으로 생각된다. 법규 개정 후 6개월이 지났다. 여섯 달, 하나의 개정안이 자리를 잡고 제 빛을 내기엔 턱 없이 부족한 기간임은 당연하나,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간 작품제도의 출발을 살피고, 어떤 점을 보완 절충해야 하는지 살폈다.

연재 초기에 살폈던 혁신도시와 연관 지은 작품제도(「퍼블릭아트」 2012년 2월호)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을까. 살펴본 바대로 혁신도시 사업 일정이 더뎌지는 데다 이전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이전을 마친 기관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기금 모음의 성과는 미미하다.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가운데 기금을 출연한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이다. 작품제도와 관련 기금을 관리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공공미술 TF팀은 “6월초 기준 6건, 6억7,000만원(5월 기준 5건, 5억4,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비록 제도시행 1년차이지만, 누적 금액이 연간 80억 원이 기금으로 출현될 것으로 예상(2012년 1월호)했던 당초 예상에 비교했을 때, 크게 못 미친다. 애초 예술위가 작품제도 도입 1년차에는 교육 프로그램 및 아카이브 강화, 공공미술 포털사이트 제작, 각종 심포지엄을 통해 제도와 공공미술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계획했던 만큼 이런 중간과정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예술위는 “부동산 경기침체, 건설경기 하락으로 건축물미술작품 시장 자체가 축소됐다. 현재까지 기금출연 실적을 보면, 5건 중 4건이 시설용도가 공동주택이다.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상, 일반건축물은 건축비의 1~0.5퍼센트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하나, 공동주택은 0.1퍼센트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 출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작품제도의 홍보 부족이 크겠지만, 설령 알고 있다 할지라도 누적 기금으로 벌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있다. 이는 쉽게 ‘내 것을 만드는 게 아닌데, 왜 기금을 내야하나’로 이야기할 수 있다. 유석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작품제도가 “무엇을 하는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치 않다”며, “‘장식’일 때는 그래도 건축주의 사유재산인 건축물을 빛내주었지만, ‘작품’이 되면서 난감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축주의 생각을 대변하자면, 건물을 짓기 위해 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인허가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퍼센트 법에 의해 ‘작품’까지 설치비용을 부담하라는 건 인허가비용이 좀 늘어난데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장식제도가 가지고 있던 민간자율경제에 대한 간섭이라는 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또한 아직까지 공공미술에서 사유재산으로서의 작품에 대한 인식이 더 크지, 공익을 위한 작품에 대한 의식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호에 살펴봤던 문화예술 NPO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상식처럼 된 일본 사회에서 등장할 수 있다. 그러한 공적 인식이 밑바탕이 될 때 좋은 공공미술이 나올 수 있다. 사유재산인 환경조형물만 세워서는 공적 이익, 또는 도시환경미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장식은 작품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풀어야 되는 인식 재고의 문제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식제도에서 작품제도로 넘어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채 풀리지 않은 듯 보이는 사안도 있다. 작품 심의문제와 사후관리 문제가 그것이다. 장식제도에서 특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분야인 만큼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된다. 임옥상 작가(임옥상미술연구소 소장)는 “미술장식제도에서 핵심은 심의제도인데, 그간 심의위원 개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들쭉날쭉했다”고 말했다. “심의위원 ‘풀제’에 따라 임의적으로 선출된 심의위원이 참석하다보니 같은 미술작품에 상이한 심의 기준을 요구해 통일성이 없고, 책임감과 자질마저 의심 된다”고 비판했다. 작품제도가 지속되려면 “심사위원 자격제가 있어야”하며, 이에 덧붙여 “심의에 대한 공개 세미나와 교육 및 연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투명하고 논리적인 절차에 의한 작품 심의 및 선정 문제의 해결방안에는 어떤 게 있을까. 사라 레이즈먼 뉴욕 문화부 ‘퍼센트 퍼 아트(Percent per Art)’ 프로그램 디렉터가 공공미술을 이끄는 뉴욕시의 경우, 작가선정 패널을 통해 20~50명의 작가 패널을 검토하여 4명으로 추린 후, 뉴욕시 문화부가 직접 만나 1차 미팅을 갖고 예산과 인터뷰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여기서 패널은 ‘건설기관 대표’와 ‘장소를 점유하는 기관 대표’, ‘문화부 퍼센트 퍼 아트 프로그램 대표’, 자치구에 거주하는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되는데, 패널 중 한 명으로 반드시 작가가 참석한다. 작품제도는 기존 건축비 1퍼센트에서 0.7퍼센트로 할인된 금액으로 기금을 할 수 있도록 장려했지만, 리베이트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우려어린 지적도 있던 만큼,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작품 선정 시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장식’이 아닌 ‘작품’이 된 이상, 그러한 논의가 어느 정도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질지는 두고 볼 문제이다.

‘장식제도’ 시절이나 기타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작품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황무현 작가는 “(작품제도 개정과 더불어) 광역지자체에서 작품을 구입하여 관리하도록 해야 사후관리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자치구 담당자가 존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1회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 시민과 전문가 합동 전문반 구성, 운영하는 것이다. 작품 사후관리를 기존 기초 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변경되어 지속적인 담당 실무자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다.

작품제도의 개선 계획에 대한 의견도 있다. 박삼철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팀장은 제도에 의해 설치된 작품 중 매년 ‘베스트와 워스트’를 선정 발표해 베스트 작품에 대한 포상 기준을 마련하여 공공미술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킨다는 것을 들었다. 또 2013년 이후 조성된 기금의 70퍼센트를 ‘지방경상보조금’ 형태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해 공공미술 사업 추진 시 신진작가 및 젊은 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무성의하다고 비판 받거나 공공과 소통하지 못하는 공공미술을 근절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한편 예술위는 마을미술프로젝트처럼 전국단위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도시공원 예술로’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국내 도시공원과 놀이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젝트의 사업대상지는 총 5곳 내외의 공원으로, 한 곳당 약 4억 원의 예산을 들일 예정이다. 2013년부터 이루어질 이 프로젝트는, 현재 장소공모를 시작하고 있다. 총예산은 20억 원을 책정하고 있는데, 누적 기금을 일부 사용해 대표적 공공공간으로 꼽히는 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질 이 프로젝트에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장식은 작품으로 바뀌었다. 장식을 넘어선 다양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미술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공공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때이다. 프랑스 철학자 르페브르는 현대 도시를 ‘제품 도시’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박삼철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사업부장은 이를 인용해, 제품과 작품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며, 전문가들이 말하듯, 제도 시행 가운데 먼저 이루어져야 될 점은 홍보를 통한 인식 개선으로 여겨진다. 비단 관계자나 건축주의 관심뿐 아니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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