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2
안양시 석수시장에 위치한 대안예술공간 스톤앤워터의 입주작가 졔졔(본명 김지예)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생산자(THE PRODUCER)’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번 전시에서 졔졔는 학습된 여성 이미지로 인한 내면적 불만을 관음적 농락으로 배출한다. 전시는 오는 6월 19일까지 석수시장 옆 유성아트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유성아트갤러리는 안양 석수시장 주택가 한 쪽에 자리한다. 위치가 그렇다 보니 외부에 굳게 닫혀있는 여느 갤러리와 달리 이곳은 열려있는 전시 디스플레이로 동네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졔졔의 작품들은 시작부터 소통이 어긋났다. 감상이 아닌 주민들의 항의가 먼저 들어왔다. 보기에 너무 외설적이라는 이유였고, 몇 개의 작품은 교체되기까지 했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는 갤러리다 보니 일어나는 해프닝. 졔졔의 작품은 정말 외설적인 것일까.
처음 보는 어떠한 형상의 이미지를 봤을 때, 그것을 인지하는 판단의 근거는 주로 경험이나 학습의 결과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미 가진 정보들 중 가장 근접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다. ‘생산자'展이 항의를 받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품들의 이미지가 전해 준 가장 가까운 형상들이 남녀의 성기, 여성의 엉덩이 등 드러내기에 꺼려지는 무언의 금기와 같은 정보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작품 앞으로 다가가 가만히 살펴보면, 금세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기나 엉덩이로 주입되었던 정보들이 사실은 손가락이나 귀, 머리칼 등 문제(?)될 것 없는 신체의 일부였던 것.
“보는 사람에 따라 이미지가 달리 보일 거에요. 어른들은 성기 모양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또 그렇지 않아요. 바로 손가락인지, 귀인지 알아보죠.” _졔졔
작가의 말처럼 본질과 달리 엉뚱한 모습으로 인지되는 이미지들은 어찌 보면 관람객들을 농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도하지 않은 관음증을 끌어냄으로써 말이다. 그러나 졔졔 스스로가 밝힌 작품의 의도는 관람객의 반응이 아닌 자신의 문제였다. 매일같이 미디어가 쏟아내는 여성의 이미지들. 작가는 불편했다. 그리고 여성을 평가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세태에 불편해 하면서도 그것에 따라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일종의 피해 의식 일수도 있어요. 미디어가 배출하는 여성의 이미지에 학습된 사람들로부터 평가 받는다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희롱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은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 세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죠. 누가 어떤 옷이 예쁘다고 하면, 한번 더 입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는 제 모습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생산자'의 이미지는 그런 스트레스를 분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인 셈이죠.” _졔졔
관음적 농락으로 비춰지는 작가의 분출 방식은 적극적인 행위로 이루어졌다. 직접 자신의 신체 일부를 스캔하고, 그것을 학습된 이미지로 복제하는 과정을 통해 졔졔는 내면의 불만을 밖으로 배설하고 있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보는 이들에게는 그저 ‘관음증 생산자'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